편집국장

인천 앞바다에서는 지금 쫓고 쫓기는 치열한 한·중 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봄 꽃게철이 되면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중국 어선 수백척이 새까맣게 몰려와 우리 해역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일삼는다. 해양경찰은 이들을 퇴치하느라 목숨 건 전쟁을 치른다.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점점 더 포악해 지고 있다. 어선 주변을 강철판으로 두르고, 조타실 유리창은 쇠창살로 막는다. 어선에는 해머, 쇠파이프, 손도끼 등 무기들이 실려 있다. 전투함 수준이다. 해경은 이들을 나포하느라 죽을 고생을 하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의 나포작전을 피하기 위한 도주 수법도 날로 지능화 되고 있다. 여러척이 무리를 지어 조업을 하다 해경 단속이 뜨면 초단파(VHF)등 첨단 장비로 서로 연락을 취하며 도주한다. 도주가 여의치 않을 경우 여러 척의 배들이 모여 서로 밧줄로 묶은 채 저항한다. 힘에서 밀리면 한배로 옮겨 탄뒤 줄을 끊고 쉽게 도망치기 위한 방편이다. 일종의 연환계(連環計)다. 역시 고대 병법책인 삼십육계나 손자병법이 탄생한 나라의 후예답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중국 출장이 잦다. 작년 8월 허난성과 상하이, 11월 윈난·산둥성을 다녀온데 이어, 이달에도 11일~14일까지 충칭·베이징 등을 방문한다. 모두 중국 지방정부와 교류 및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이다.

내달 8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제1회 한·중 지사 성장회의'가 열린다. 한국에서는 17개 시·도 단체장이 전원 참석하고, 중국에서도 윈난·허난·신장위구르자치구 등 31개 지방정부 대표가 대거 참석한다. 한·중 FTA체결 1주년을 맞아 양국 지방정부간 우호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중 단체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인 만큼, 경제·문화·관광 분야에 걸쳐 보다 단단한 유대 강화가 기대된다.

이런 뜻깊은 행사가 열리는 인천의 한켠에서 한·중 양국이 뱃머리를 맞대고 흉기를 동원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양국 단체장 행사에 불법조업 문제는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 썰렁해 질 분위기를 우려해 어물쩍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중국의 불법조업이 근절되지 않는 한 양국 우호는 헛구호나 다름없다. 남의 나라 바다에서 버젓이 어자원을 도둑질하는 사람들과 파안대소하며 우호협력 운운하는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