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중국 한나라 시대에는 지방 군수가 관리를 선발해 조정에 천거했다. 이때 선발된 사람을 선량(選良)이라고 했다. 당시 선량은 현량방정(賢良方正)하고 효렴(孝廉)한 사람으로 통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선량으로 부르다, 지금은 국회의원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단경은 짧은 등잔대란 뜻이다.

당나라 시인 한유(韓愈)의 '단등경가'라는 시 때문에 유명해졌다. 한유는 "여덟 자 긴 등잔대는 쓸데없이 길지만, 두 자 짧은 등잔대가 편하고 또 밝구나"라고 했다. 두 자짜리 등잔대는 가난하던 시절 쓰던 것이고, 여덟 자짜리는 과거 급제 후 새로 산 비싼 등잔대다.

그래서 단경은 초심을 잃은 벼슬아치를 풍자하는 의미로 쓰인다. 권력을 갖거나 부귀해지면 가난했던 시절의 경험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많다. 벼슬길에 오르면 부귀와 권력을 누리지만, 고단함도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벼슬길을 '큰 파도가 이는 바다'라는 뜻의 환해(宦海)라고도 한다.

20대 국회에서 땀을 흘릴 300명의 선량이 탄생했다. 19대 국회는 하는 일 없이 세비만 챙겨간 식물국회라고 조롱 받았던 터라, 새로 뽑힌 선량들의 앞으로 활약이 궁금하다. 그러나 커다란 기대는 없는 것 같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과정에서 터져나온 잡음은 이미 국민들을 크게 실망 시켰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표를 얻은 뒤, 막바로 안면을 바꾸는 씁쓸한 학습효과 탓도 있다.

과거 국회의원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부터 67년전인 1949년 9월 14일자 동아일보에는 '선량들의 자가비판'이라는 사설이 실렸다. "…국회의원들로서 회기중일수록 더욱 분망 할 터인데도 요정출입이 잦다는 풍설이 만일에 사실이라면 이것은 일대중대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선양제위들의 명예회복과 국회위신의 만회와 국운의 번영을 위해 제위들의 선투를 바랄뿐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선량들의 방탕함을 꼬집고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어달라는 당부는 지금과 다를게 없다. 새로 당선된 선량들은 충실한 공약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던 초심을 잃지 않는거다. 초심을 내내 유지한 선량이 다음 선거에서 표로 보상 받는건 상식이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