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5선 황우여 의원이 지역구를 인천 연수갑에서 서구을로 옮겨 4·13총선에 나선다. 지난 15일 발표된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황 의원은 "인천에서 가장 험지이긴 하지만 당의 명령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젊은층이 많은 서구을 지역은 그동안 선거에서 주로 여권 후보자들이 승리해 왔다. 따라서 황 의원 얘기대로 '험지'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인천출신 황 의원은 20년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한 뒤, 연수구민들의 지지로 내리 5선을 했다. 당대표와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을 지낸 중진급 의원이다. 하지만 식물국회 빌미를 제공한 국회선진화법 입법 주역으로 입지가 좁아져 끊임없이 '컷오프'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황 의원의 선거구 변경을 놓고 두가지 설이 있다. 우선 당이 권유했다는 주장이다. 황 의원측에 따르면 "당쪽에서 '험지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 달라'며 지역구 변경을 요청해 왔다"는 것이다. 서구을에 중량감 있는 후보를 공천한다는 당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또 하나는 황 의원이 먼저 요구했을 것 이라는 시각이다. '컷오프' 공포에 시달리던 황 의원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험지라도 가겠다고 제안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옳든 양 지역구 유권자들이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황 의원은 지난달 12일 연수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연수 발전만을 위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뒤에는 성대한 선거사무소 개소식도 가졌다. 유권자들의 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어제까지 '오직 연수구'를 외치다가, 하룻밤만에 갑자기 돌아서서 '서구을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외친다면 누가 진정성을 느끼겠는가. 정치무상(政治無常)이다.

황 의원의 선거구 변경은 명백한 '돌려막기 공천'이다. 평소 아무 관심없던 지역에 나가라는 것도 우습지만, 덥석 나가겠다고 수용하는 것은 더 웃기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행동들이다. 경선을 위해 서구을에서 밤낮 없이 뛰던 4명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들이 "우리 지역을 깔보는 행태"라며 펄펄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천은 당이 주지만, 표는 유권자가 준다. 일백번 공천을 받아도 표를 받지 못하면 당선은 불가능하다. 당의 명령이 무서운가. 유권자 심판이 무서운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