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임 인천시 여성정책과장
▲ 김연임 인천시 여성정책과장

중국의 주석이었던 마오쩌뚱(毛澤東)은 '부녀능정반변천(婦女能頂半邊天: 백성의 반은 여성이다)' 라고 말했다. 중국 여성의 능력과 공헌은 능히 사회의 반을 짊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에서의 여성의 위상을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여권신장 정책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필자도 여성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일원으로서 통감하고 있으나 반면교사일수도 있는 남성, 즉 21세기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 소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요즘 '맞벌이'가 아니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외벌이'를 할 경우 대부분 아버지가 밖에서 벌어오고, 안에서는 어머니가 관리하던 시절은 케케묵은 구시대적 발상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그때는 아버지의 역할이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의미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지니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돈만 벌어오는 가장은 인정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바람직한 아버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필자가 갖고 있는 사고의, 21세기의 아버지像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첫째로 아버지의 역할은 '아버지라는 권위'다. 시대가 발전하고, 변해도 아버지가 '주춧돌'이라는 믿음이 확고해야 한다. 안팎으로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가족구성원이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가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권위는 어떻게 세워 줄 것인가. 가족마다 그 성장배경이나 조건들이 다르기 때문에 꼬집어 이것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믿음'이다. '신념'이라고 해도 좋다. 이것을 통해서 '아버지의 권위'를 지켜주는 것이다. 높고 낮음이 아닌 존중의 대상으로 말이다.

둘째로 자식들과의 교감을 갖는 일이다. 아이들의 공부나 놀이, 나아가 진로에 대해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특히 사춘기의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이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교감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이들과의 1:1 여행이다. 아버지는 딸과, 어머니는 아들과 서로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어디든 떠나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면 된다. 그 여행의 목적의식이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한다는 것만을 느끼게 해줘도 대성공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교육의 역할이다. 교육은 '사육'이 아닌 '방목'으로 해야 한다. '방목'을 '방치'와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방목'에도 울타리가 있다. 그 울타리가 바로 아버지이다. 시시콜콜 관여하는 잔소리와 같은 울타리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니고서는 무언(無言)의 울타리로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에 지대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넘지 못하도록 아버지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로 가족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아버지의 판결'로 끝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의견을 주고받는 일은 중요하다. 자식의 의견이라고 해서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되, 의견의 일치가 안 될 때에는 아버지의 최종 결정에 따르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시에도 여성가족국이 존재한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나 본질적으로 여성의 지위와 여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의지가 담겨져 있음을 의미한다. 설령 우리의 현실은 여성에게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무의식의 편견이 많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시점에서 남자, 즉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여성 못지않게 남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다는 의미는 비율로 따지기는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중요한 가정에서부터 배우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데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가정의 중심축이 아버지로부터 시작될 수 있도록 사회가 찬반양론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길 소망해 본다. /김연임 인천시 여성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