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비 627억↓ … 공사 차질·개통연기 예상
남북교류기금 전출금 8억원도 전액 삭감돼
인천시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깎아선 안될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도시철도 2호선 건설비 삭감으로 철도 개통이 연기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번 추경 이후에도 시의 재정은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인천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관련 예산이 무려 627억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당초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쓰기 위해 시 본청 회계에서 철도회계(특별회계)로 940억원을 넘겨 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추경을 거치면서 312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실제 도시철도 2호선 관련 예산도 크게 조정됐다. 시는 건설공사 예산을 2753억원에서 2416억원으로 337억원 줄이고, 이 돈을 차량운행 시스템 구축으로 돌렸다. 오는 10월 전동차 구입과 시운전을 위한 예산이다. 돈이 제때 넘어오지 않자 내부적으로 예산을 다시 편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건설예산 삭감으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당장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예산이 500억여원 부족했던 상황인데다 이미 건설현장에 건설비 지급이 늦어져 공사가 늦어지는 판국에 예산을 또 삭감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남북교류기금 전출금 8억원도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당초 시 본청 회계에서 기금으로 예산 8억원을 넘겨 각종 사업을 벌일 예정이었다. 남국교류기금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북한과의 교류를 위해 쓰여야 할 종자돈이다.

이 밖에도 시는 국제연합(UN) 산하의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교육원(APCICT)이나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ESCAP) 등 국제기구에 지원할 예산의 10%와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체육시설 확충을 위해 기존에 세웠던 건설 예산을 575억원 삭감했다.

재정난은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인 채무비율이다.

현재 시의 채무비율은 37.3%. 시는 연말이면 37.9%까지 비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종료 후 대회에 돈을 쓸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 내년 시 예산도 큰 폭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분모가 줄어들어 비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빚어지게 되는 것이다.

시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지방채 발행 규모를 2078억원에서 1334억원으로 744억여원 줄인 까닭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빚을 더 내면 채무비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불가피한 예산 삭감이 많았다. 벌써 내년을 걱정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