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욕심도 없다. 선거 당시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달성하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4·13총선 수도권 최대의 격전지로 손꼽히는 인천 부평갑에서 당선된 민주당 박상규 당선자가 밝힌 의정목표다.

 집권당 부총재를 역임했던 그의 소감이라 하기에는 다소 초라한 느낌이다. 그러나 박 당선자가 치러온 선거과정을 반추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박 당선자가 부평의 터줏대감인 한나라당 조진형 후보를 무려 6천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

 더욱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인천시지부장의 맞대결로 치러진 부평갑 선거의 결과에 따라 지역내 여야의 위상이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심적 부담은 남달랐다.

 국민회의 전국구 1번으로 15대 국회에 첫 발을 디딘 박 당선자는 야당시절 김대중 총재의 전폭적인 신임아래 대선승리의 기초작업에 몰두해야 했다. 전문가 그룹의 영입이 그의 임무였다.

 정권교체를 이룬 뒤에는 국무위원급인 중소기업특위 위원장을 맡아 IMF로 위기에 몰린 국가경제를 살리느라 동분서주했다.

 바쁜 만큼 그의 활동은 화려했다. 때로는 DJ의 특사로 일본 총리를 만났으며, 때로는 경제인들과 청와대를 잇는 가교역할을 해야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한 경제통이라는 점에서 DJ는 박 당선자를 다방면으로 활용했으며, 그는 이같은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왔다.

 그러나 막상 총선을 앞두고는 부평의 터줏대감을 자임해 온 조진형 후보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화려한 정치행보와는 달리 지역내에서는 여전히 낮은 인지도와 낙하산 인사라는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부평지역에 연고가 없는 박 당선자로서는 총선승리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러나 그는 진심과 성심으로 지역민들을 만났다.

 정치와 경제의 구조조정을 완수하기 위해 현 정권에 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는데 노력했다. 정·관계의 다양한 인맥을 통해 지역민원 해결에도 힘을 쏟았다. 다양한 지역민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하루 20~30번에 걸친 의정보고활동,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상가순례는 그의 일상생활이었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등 지역현안을 둘러싼 야당후보들의 집중포화가 이어질 때 그는 사업장을 찾아다니며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총선 전만 해도 당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세간의 평을 뒤집고 박 당선자는 당당히 당선을 거머쥐었다. 전국구 의원에서 지역민들의 선택을 받은 지역구의원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는 『인천에서 더 이상 여야의 구분은 없다』고 말한다. 당선자들을 선택한 인천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모아야한다는 것이 박 당선자의 생각이다.

 박 당선자는 이를 위해 여야의원들이 함께 참석하는 당정협의를 추진중이다. 정치노선은 달리해도 지역현안은 함께 해야한다는 평소의 주장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가 보여줄 4년간의 의정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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