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표·후배와 범행 공모
부동산 매도인에 계약금 강탈
현직 교사가 돈 욕심이 나서 강도사건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고양경찰서는 사채를 빌려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한 뒤 갚을 길이 막막하자 매도인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 돈을 빼앗으려 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건설사 대표 배모(31)씨와 현직 교사 이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송모(3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 등 4명은 지난달 2일 오전 10시20분쯤 복면을 하고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김모(71·여)씨의 오피스텔에 찾아가 김씨를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해 부동산 매매 계약금 30억원을 빼앗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직교사와 암 투병 중인 송씨 2명을 제외한 배씨 등 2명은 범행 직후 마카오로 건너 간 뒤 빼앗은 돈을 도박으로 모두 탕진하자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해 2억원을 송금하도록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중 교사인 이씨가 범행에 가담한 것은 2월말.

고교에서 함께 운동선수 생활을 했던 후배 송모씨가 '돈을 나눠갖자'며 김씨 납치를 제의하면서다.

사채업자의 자금 압박과 나머지 토지 매매대금을 갚을 길이 없었던 배씨가 1차로 친구 송씨와 함께 김씨를 납치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씨와 친구 1명을 더 끌어들인 것.

범행 제의에 응한 이씨는 이후 범행 때까지 수업이 없는 시간이나 퇴근 후 호프집이나 모텔에서 배씨 등을 만나 김씨 주거지를 물색하고 미행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이씨는 수업이 빈 날을 택해 직접 범행 날짜를 잡았고 범행 당일 알리바이를 위해 학교에 출근했다가 강도짓을 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태연히 수업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고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범행당일에도 이씨는 배씨 등과 김씨 집에 침입한 뒤 배씨 등이 김씨 부부를 결박하는 등 범행에 성공한 것을 확인하고서 유유히 학교로 돌아왔다.

결국 '돈에 눈이 멀었던' 이씨는 범행에 성공하면 30억원을 골고루 나눠 갖기로 했지만 배씨 등 2명이 범행 당일 김씨로부터 빼앗은 1천600만원을 마카오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돈 한푼 만져보지 못한 채 소중한 교사의 명예마저 잃게 됐다.

/고양=이종훈기자 (블로그)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