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은 소장품 대부분이 해외문화재로 채워져 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들 박물관을 찾는 해외 관람객들은 규모의 방대함과 관리의 철저함에 경탄을 금치 못하지만 대다수 소장품이 전시에 약탈해 온 해외문화재라는 사실에 놀라는 이가 적지 않다.

 인류역사상 전쟁을 통해 피점령국의 미술품등을 약탈한 문화재약탈국으로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영국·러시아·일본 등을 꼽는다.

 이중 나치독일에 의한 프랑스문화재 약탈은 가히 교묘하고 조직적이며 대대적으로 행해졌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히틀러가 이때 약탈한 미술품들은 프랑스 전체 민간소장 미술품의 3분의 1이라고 얘기될 정도의 엄청난 양이었다.

 몇년전 프랑스는 나치독일군에 의해 약탈해간 모네, 세잔, 쿠 르베, 고갱 등의 미술품 28점을 독일정부로부터 반환받았으며 이후에도 약 6만1천점의 각종 예술품을 회수해 옛 소유주에게 돌려주고 2천여점은 루브르박물관 등지에 보관·전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약탈문화재 반환문제가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세계는 프랑스의 이중적인 태도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프랑스 역시 약탈문화재 보유국으로 명성이 이에 못지 않기 때문이다.

 루브르박물관에는 16세기 프랑수아 1세때부터 수집한 작품에서 19세기 예술품을 합쳐 총 40만점을 전시 보관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이집트·그리스·로마 등지에서 가져온 고대미술, 조각, 데생 등이다. 이중에는 루이 13세와 14세의 소장품과 나폴레옹이 원정에서 전리품으로 약탈해온 그림과 조각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최근 확인된 루브르박물관의 기에 동양박물관에는 김홍도의 8폭병풍, 천수관음보살좌상등 보물급을 포함하여 914점 이상의 한국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극동함대에 의해 약탈·방화된 강화도 외규장각 고문서는 1천7종 5천67책으로 약탈해간 359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잿더미로 사라졌다. 놀라운 일은 이들 소실 고문서중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유일본이 수백점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프랑스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추궁과 배상청구는 물론 약탈문화재에 대한 반환을 강력히 요구해야 할 시점에 왔다.

 외규장각 고문서는 현재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 「직지심체요절」과 함께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 고문서 반환문제는 1993년 당시 미테랑대통령이 고속철인 테제베(TGV) 수주문제로 다급한 나머지 단 한권만 달랑 들고와서 반환약속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외규장각 고문서 반환은 테제베(TGV)가 이땅에서 시험운행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한치의 진전도 없이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한치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철저히 농락만 당하는 정부, 문화재 반환을 미끼로 한껏 경제적인 잇속만을 차린 프랑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문화재약탈국은 예외없이 문화재가 어느 한 나라의 유산이기에 앞서 인류공동의 유산이라는 논리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이 곧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을 텅텅 비게 한다는 우려 때문에서다. 이들 소장품으로 문화재 원소유국은 물론 대다수의 외국인 관람객을 불러들여 엄청난 돈벌이를 시켜주는 현실에서 약탈문화재를 반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직지심체요절」의 세계기록문화유산 등록이 프랑스의 비협조로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서도 프랑스정부의 이중성을 엿보는 대목이다.

 유엔의 「문화재 원소유국 반환 결의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재약탈국의 오만함이 문화선진국으로 자처하는 프랑스의 자존심에 두고두고 족쇄가 될 것이다.

 새천년에도 우리는 자신들의 빼앗긴 문화재에 대해서는 철저히 돌려 받으면서 남의 나라의 약탈문화재 반환에는 애써 외면하는 문화재약탈국의 오만함에 맞서 지리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조창용·인천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 입구부터 고대 이집트의 스핑크스상이 관람객을 압도하고 그리스 밀로의 비너스상과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함무라비법전등 해외 문화재가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다 파피루스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열쇠를 제공한 이집트 로제타석과 파라오의보물,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떼어온 조각품들이 대표적인 해외문화재다. 유년시절 향수가 어린 오스트리아 린츠에 「총통박물관」을 세울 계획으로 프랑스 침공에 앞서 이미 노획대상이 될 해외미술품들을 3권의 방대한 보고서로 만들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