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수필가/인천시약사회장
언론보도 통제 등 보안을 유지하며 인천지역 모든 경찰이 동원됐던 연수동 초등학생 납치사건이 끝내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범인이 공중전화를 통해 아이의 음성까지 들려주어 한가닥 희망을 걸어왔던 부모와 수사진, 그리고 전국 학부모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모든 범죄는 예방이 우선이지 사후약방문식의 사건 해결책이 최선이 아니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남겨주었다.
납치사건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자유롭게 거동할 수 있는 상태로 감금할 숙소를 인적이 두절된 장소에 마련하는 등 기업적인 규모가 아니기에 생존을 기대할 수가 없다.
더욱이 주변 행인을 의식하지 않은 채 차량에 포박한 상태로 감금한 피해자의 대소변을 가려주고 겁에 질려 울어대는 아이의 매 끼니를 제공하며 공중전화를 옮겨 다닐 만큼 여유있고 양심적인 납치범이 없기 때문에 신속한 사건해결이 우선이다.
유괴한 어린이의 음성을 사전에 녹음한 후 살해한 이번 사건의 결과를 두고 영화 '그놈 목소리'를 모방한 것이 아니냐는 비평도 있다. 하지만 범죄자는 그 영화가 아니더라도 사전에 범행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현장답사를 하고 완전범죄를 모의 했을 것이다.
이번 사건 해결의 일등 수훈은 도로변에 설치된 CC-TV 였다. 수년 전 여대생을 납치해 공기총으로 살해한 사건도 그녀의 집 앞에 설치된 CC-TV에 인적이 드문 새벽 녘 피해자를 미행하는 범인의 희미한 윤곽이 촬영된 덕분이었다.
그 시간에 범인을 추적하는 일은 사전에 범행의 전모를 제보 받고 잠복수사를 하기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지방의 연쇄 산불 방화범을 검거한 것도 산불이 나기 직전 그 지역을 통과한 차량을 도로변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수배한 결과였다. 시신으로 발견된 모 공인회계사도 실종되기 전의 모습이 지하철 CC-TV에 촬영되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교통이 번잡한 지역의 주·정차 단속은 단속요원이 현장에 있을 때만 효과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특정지역에만 집중 단속을 하면 '의도적으로 우리 지역 상권을 죽이려 한다'며 멱살잡이를 할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적소에 CC-TV를 설치해 놓았다.
전국의 고속도로 사고다발 지역엔 속도위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아무리 급한 운전자들도 그곳을 지날 때만은 차량의 속력을 낮추게 된다.
그러나 얼마 전 경찰청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교통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한 가짜 속도위반 감시 카메라를 철거시켰다. 인권 보호가 우선인지 생명보호가 우선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주민의 치안방범을 위해 도심 주거지 곳곳에 CC-TV를 카메라를 설치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교내외에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인권 운운하며 반대하는 단체도 있다고 한다.
골목 안에서 절도나 강도 범행을 물색하기 위해 혹은 불륜 관계 연인이 서성거리는 모습을 행인이 쳐다볼 수 없도록 가로등 조차도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한 인권론자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현금카드를 훔치거나 강탈한 범인이 챙이 긴 모자를 눌러쓴 채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챙긴 후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TV 화면을 통해 볼 때마다 떠오르는 범죄예방책이 있다. 카메라 렌즈에 비쳐야 할 얼굴을 모자챙이 가리면 현금지급기가 작동하지 않는 장치이다.
이에 대해 카메라 렌즈를 현금지급기 액정화면 위치에 설치해 놓으면 된다는 제안도 있었으나 손가락으로 렌즈를 막고 인출할 가능성도 있다. 더 확실한 예방장치는 카드나 통장에 본인의 지문(指紋)이나 눈의 홍채문(紅彩紋)을 입력해 본인 말고는 현금지급기가 아예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권보호 앞에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권보호도 좋지만 더 시급한 것은 국민 생명과 방범치안이 우선되는 사회이다.
/김사연 수필가/인천시약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