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장 -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
지난 2월 14일,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용건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인천생산기지 내 저장탱크에서 발생한 메탄가스 누출사건에 대해 우리단체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역사회를 술렁이게 한 현안사안이었기에 단체 소속의 화학공학, 토목, 소방 등의 분야 전문가를 참석시켜 가스공사 관계자의 내방을 맞이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현 사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고 저장탱크의 도면을 비롯하여 Pin hole(누설되고 있는 작은 구명)이 최초 발견된 이후 계속 확대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국가의 주요 화학플랜트 시설이기에 문제발생시 기술적 대응 매뉴얼과 재난관리 차원의 대응 매뉴얼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해당 자료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측정하지 못해서 데이터가 없으며 매뉴얼은 소관 업무가 아니어서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는 회피성 발언을 했다.
금번 매탄가스 누출사건은 한국가스공사가 이미 1년 반이 지나도록 인천시민들에게 숨겨오다 내부 제보자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가스공사의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가스공사는 지난 2월 7일에야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지만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누출원인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지역사회에 제공하지 않고 있어 시민사회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면하기는 힘들게 되었다. 이 문제는 비단 인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NG생산기지가 있는 평택의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인천생산기지 누출사건의 심각성이 인천은 물론 통영 그리고 자신들에게까지 미치는 문제라는데 의견을 모우고 금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사고전말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 지역사회의 요구와 다를 게 없는 동일한 주장들이다.
가스누출 사건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거대 공기업과 중앙정부의 비호 아래 있는 국가 기간시설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국가의 에너지 수급 및 독보적인 기술을 도입했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시민의 안전문제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이에 인천 지역사회를 비롯하여 동일한 처리에 놓인 지역이 근본적인 누출원인과 대책을 찾기 위해 관련 정보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최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가스누출 보고를 고의적으로 누락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고 이에 대해 중앙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은 경중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즉시 보고하도록 법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다. 반면 인천시는 이번 문제가 산업자원부의 관리·감독 사항이기에 자신들의 역할이 없다고 한다.
전문가의 전언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와 LNG생산기지는 도시가스사업법상 안전관리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동법에 근거하여 정당하게 그리고 일상적으로 관련 정보를 보고받아야 하며 오히려 이를 관철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역사회의 여론이 악화되자 가스공사는 자신들이 주도하는 가칭 보수대책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역주민, 시, 시의회, 산업자원부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인천시가 중심이 되어 이번 사건에 관련된 기관을 불러내고 지역의 시민단체 및 전문가를 참여시켜 '통합적인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에 맞는 방향이다.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도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LNG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조기입법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직은 원인규명을 비롯하여 국가 기간시설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성과는 발전소 등 다른 국가 기간시설에도 적용될 수 있다./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