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영 공연기획자
이런 행복한 바람을 가졌었다.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지역의 아이들 마음에 나무 한그루를 심고 싶다는.
먼저 작은 사랑의 씨앗을 뿌린다. 그리곤 온 정성으로 가꾸면 씨앗은 어느새 한 그루 나무로 천천히 그리고 튼실히 자라난다. 시간이 흘러 나무는 크고 아름답게 울창한 가지와 잎을 키워낸다. 나무가 자람과 더불어 아이들의 마음도 점점 세상을 향해 다가간다.
나무는 우리의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준다.
나무를 크게 해준 햇살의 따스함은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설 때 간직하고 떠날 수 있을 만큼 따뜻하다. 나무가 건네준 믿음직함은 아이들이 세상을 건너게 해 줄 만큼 듬직한 다리가 되어 준다. 사랑으로 서로의 마음을 열어 줄 세상의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됐다.
지난 8일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열린 '사랑나눔 기금마련 명사음악회', 이름하여 '세상의 다리가 되어준 나무'에서 이런 바람이 작게나마 소중하게 이뤄졌다.
이날 저녁 지역사회의 이른바 '명사'들은 소외된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마음에 튼튼한 나무 한 그루 심기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했다.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었지만 의미 있는 기금을 모으고자 모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말을 해 주고 먼저 나서 준비를 해주었다. 모두가 출연자이자 기금을 모으는 기부자로 마음을 함께 했다.
명사들의 공연은 아마추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예술성을 가졌고, 그들의 열정과 정성에 관객들은 감동의 박수로 화답했다.
난치병 아이들의 핸드벨 공연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일상에서 잊고 살았던 어려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엿볼 수 있었으며, 비로소 아이들을 향해 넉넉한 가슴을 열 수 있었다.
공연의 말미에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부른 노래 '사랑으로'는 모두의 가슴 속에 '살아가는 동안에 또 하나의 할 일'이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제 새로운 소망을 꿈꿔본다. 아낌없는 기부에서 시작한 이 음악회가 점점 지역의 기부문화운동으로 번지며 꿈을, 공연이 단지 기부를 위한 지역 단체들의 개별적 행사가 아니라 지역 전체가 새로운 기부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함께 하는 문화예술 공연으로 자리 잡는 꿈을 말이다.
예술을 통한 새로운 기부 문화의 정착은 상상만으로도 확실히 가슴 벅찬 일이다. 이제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단초가 마련됐다.
지역사회의 명사들과 훌륭한 관객들 모두는 그날 우리 지역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 가슴에 소중한 나무가 될 씨앗을 심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씨앗이 자라 세상의 다리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나서 이를 키우는 일 뿐이다. 그리하겨 비로소 그 씨앗이 큰 나무로 우뚝 서는 그 날을 기대 해 본다./원소영 공연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