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장 - 안수복 인천 시민문고 대표
윷놀이, 딱지치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구슬치기, 투호, 팽이, 널뛰기, 자치기, 굴렁쇠, 비석치기···.
시대적인 거리감이 있을지 모르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너무나 정겹게 다가오는 옛날 놀이들 이다. 허나 오늘날 우리는 이 오래된 놀이를 단순히 놀이라 칭하지 않고 '놀이文化'라 부른다.
文化에는 그 시대의 혼과 정서와 삶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비석치기' 놀이의 유래를 살펴보면 옛 날 마을 곳곳에는 비석이 많이 서 있는 거리라는 뜻의 '비석거리'라 는 지명이 있었는데 이들 비석은 대부분 몇 몇 벼슬아치들이 자기들의 지위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이들의 지배에 시달렸던 농민들은 이 거리를 지날 때 마다 불끈 화가 치밀어 한 두 번 발길로 비석을 차면서 평소에 쌓였던 울분을 달랬던 행동으로부터 '비석치기'가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이와 같이 우리가 단순히 즐거움으로 행하는 놀이 안에도 서민들의 정서와 혼이 담겨져 있으며 이것이 문화로 승화되는 것이기에 문화는 삶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文化'라는 단어를 놓고 정의를 내리라고 하면 혹자들은 단순히 음악회, 미술전시회, 영화 등 외형적으로 장르가 결정된 사항으로 그 정의를 내리는 경우가 있음을 종종 볼 수 있다. 허나 그것은 문화를 획일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진리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진보, 향상하려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 또는 그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인 성과라는 辭典的인 문화의 해석을 좀 더 포괄적으로 풀어보자면 文化는 삶 그 자체라는 것이 본인의 견해이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고, 접하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의복도 문화요, 먹는 음식도 문화요,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자동차도 문화이다. 흔히 비행청소년의 온상이라고 불리웠던 오락실을 우리는 걱정과 우려 속에 곱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나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인해 게임의 개발과 저변 인구 확대로 프로게이머가 배출되는 가운데 신세대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을 볼 때에 문화의 다양성과 급변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처럼 문화가 질적·양적으로 다양하게 발전하고 정착되어 나가는 가운데 우리 인천의 지역문화를 생각해 보면 가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다. 지방 소도시에도 수 없이 많은 2000석 이상의 공연장을 광역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인천에서는 찾을 길 없고,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문화와 정서는 개발되지 못한 채 사장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새얼 문화재단'의 조찬모임에 참석하였을 때 팜플렛에 나와 있는 인천이 가지고 있는 최초, 최고의 것들을 본적이 있다. 최초의 우편업무, 최초의 교회(내리교회), 최초의 전신업무(인천~한성), 최초의 근대적 공연장(애관극장), 최초의 시립박물관 등 인천만이 가지고 있는 계승 발전시켜야 할 독특한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를 개발하고 연구, 발전시키는 일속에 지역문화의 진정한 미래가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30년 동안 서점이라는 문화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가장 마음 뿌듯할 때가 교복을 입고 책을 사러왔던 여 중,고생들이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아들, 딸들의 손을 붙잡고 찾아와 함께 책을 고르며 인사할 때인데 그 때의 마음은 그 어는 순간보다 감동적으로 다가 온다.
우리 지역사회의 문화도 이러했으면 좋겠다. 기성세대가 좋은 문화를 개발, 보존 발전시키고 삶 속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과 정서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연스럽게 함께 전하며 나누는 가운데 지역 문화의 진정한 미래가 있다고 본다.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간미나 情이 없어진 다소 건조한 사회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문화의 발전에는 그 문화를 계승시키고 보존하려는 사랑과 정이 있어야 하기에 문화는 우리의 삶을 넉넉하고 풍요롭게 하는 신비한 힘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문화란 삶의 애정이며 삶에 대한 호흡이다./안수복 인천 시민문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