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경북 경산(慶山) 지방에서 구전되어 온 민요에 '시집살이'란 게 있다. 거기서 며느리 화자(話者)는 '시집살이는 개집살이'요, 맵기는 '고추보다 더 맵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 리 물 길어다가, 십 리 방아 찧어다가/아홉 솥에 불을 때고/열 두 방에 자리 걷고/산다며 삶의 고단함을 털어 놓는다. 그리하여 남몰래 흘린 눈물, 콧물로 반물치마, 행주치마는 다 젖어갔지만,/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개머리 소(沼)가 됐네/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 쌍쌍이 들어오네/라면서, 그 틈새에도 어찌어찌하여 자녀를 두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최초의 창작자였을 어느 시골의 며느리가 프로이트를 읽었을 리 없으련만, 소(沼)가 '웅덩이-물-생명'으로 유추되는 출생(出生)을 암유(暗喩)하고 있다는 점은 동서 간의 예사롭지 않은 인식의 일치로 보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것도 소이라고' 한 대목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소'이긴 '소'였다는 진술이다. '신혼'이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시집살이의 고된 노동과 출산의 이중고를 겪어야 했던 옛 어머니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그 어머니들에 비하면 전기밥솥, 가스렌지,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등 갖가지 가전에 무슨무슨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덕에 가사 노동에서 보다 여유를 갖게 된 신세대의 출산율이 선진국·후진국 통틀어 가장 낮다는 것은 국가적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왕년에 세계 최저의 출산국이었던 프랑스가 작년에 한국의 배가 되는 2.0을 기록했다고 해서 세계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BBC 방송조차 "프랑스 정부가 오늘 하루는 잘난 체 해도 될 것 같다"며 부러워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속히 비방을 벤치마킹해야 할 우리 처지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