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 -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지난 한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단연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 논란일 게다. 인천 역시 지난해 말, 대한주택공사의 휴먼시아,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송도 웰카운티 등이 고가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시민사회의 원성을 자아냈다. 여기에 인천광역시장의 "부동산 투기도 투자"라는 언사에 이은 "분양가 원가공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발언은 무주택 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그는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정부나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다른 철학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공부문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특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은 없다.
얼마 전 한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 값 상승으로 덩달아 오른 전세가가 부담스럽지만 반값 아파트에 희망을 건다는 말이었다. 연이은 아파트 분양가의 고공행진은 그의 심기를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분노를 터트리기에 이르렀다. 하늘을 찌르는 아파트 가격은 세입자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최근 국민은행의 통계(2006년 12월 현재)에 따르면 인천의 아파트 전세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9% 증가하였는데 이는 6대광역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아파트 밀집지역인 연수구는 13.2%, 부평구는 13.8%, 계양구는 12.5%, 서구는 11.6%로 강남의 11.3% 보다도 높았다.
인천은 지난해에 124곳에 대한 주거환경정비를 위한 지구지정이 이루어졌고 도심 곳곳이 재개발과 재건축 붐으로 공사판 먼지를 휘날리고 있다. '있는 사람'이야 투자 또는 삶의 질을 논하지만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서민들이야 안타까운 현실일 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양딱지 하나에 기대를 걸지만 밑천으로 쥐고 있는 10여 평 남직한 토지지분으로는 평당 1천만 원을 호가하는 집 한 칸 마련하기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망상이기 십상이다. 각종 재개발사업으로 정작 배불리는 사람이 따로 인 채, 열악한 환경의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려 더 열악한 지역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눈앞의 현실이다.
지난 해 말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인근지역의 시세 및 자재비 상승 등을 이유로, 3차로 분양한 송도 웰카운티 평당 분양가를 1천125만원으로 책정하였다.
집 없는 서민을 지방공기업이 나서서 '두 번 죽이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설립 취지가 서민의 주거안정과 취약계층의 주거복지 실현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작금의 행태는 오히려 서민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하겠다. 더 나아가 이 공기업은 동료의식에서인지 민간기업의 고분양가 책정에 교두보도 마련해 주고 있어 도덕성과 정체성에 본질적으로 하자가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공기업의 분양가 원가공개는 서민의 집 없는 설움을 달래고 재개발지역 원주민에게 설자리를 잃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주거복지까지 담보할 수 있는 공기업의 위상을 이제는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동북아의 허브도시도 좋고 명품도시라면 더욱 환영할 만하다. 단 조건이 있다. 소수만을 위한 도시, 누릴 수 있는 조건과 여유를 지닌 특권층을 위한 명품이라면 허울이자 거짓 도시의 꿈이다. 진솔하며 서민을 배려한 허브도시, 명품도시를 주문하고 싶다. 이 지점에 서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권인 주거의 문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누가 인천을 허브도시, 명품도시로 진정 치켜세우겠는가?
하늘 높을 줄 모르는 몸값의 아파트들 틈바구니에서 그 알량한 집 한 칸에 목메는 서민들의 애처로움이 전격적인 공기업의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심의위원회 설치 등 과감한 결단으로 위로 받는 순간, 인천에 뼈를 묻을 서민들이 그리도 꿈꾸던 내 집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마련할 수는 있다는 희망이 약속되는 순간이 올해 내가 사는 인천에서 선물로 받고 싶은 감동이다./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