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교과서 밖에서의 법은 거미줄과 같다. 제 아무리 정교하게 쳐져 있다 해도 황소들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세상 물정 모르는 나비나 잠자리들은 흔히 걸려들게 마련이다.
일단, 거미줄에 걸려든 곤충류는 발버둥을 친다. 심지어는 세상에 나 해악만을 끼쳐온 파리, 모기들까지 구명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몸을 뒤틀고, 날갯짓을 해댄다. 그러나 그럴수록 거미줄은 더욱 휘감겨 결국은 옴쭉달쭉 못하게 된다.
그 때쯤, 그들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사치스러운 '자유'의 문제보다는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절체절명의 '생존' 문제에 봉착하고,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서서히 가해지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자는 동서고금에 권력, 금력을 뛰어넘어서 진리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법정 밖에서 되뇌였던 갈릴레이에게 세상이 찬사를 보냈던 것은 오판에 굴할 수 없었던 학자적 양심과 학문의 업정성 때문이었다.
한 수학자가 세상의 눈치도 모르고, 입시 문제의 오류를 지적했다.
그 후 오비이락이었던지 그는 재임용에서 탈락했고, 그 부당성을 가려 달라고 법에 호소했지만, 법원 역시 학교의 손을 들어주자 판사에게 석궁을 쏜 사건이 있었다.
전국 44개교 수학과 교수 189명과 '매스매티컬 인테리전스'라는 국제 수학 잡지는 그를 옹호했다지만, 사회성이 없다, 학점이 짜다, 욕을 한다는 등의 비방도 동시에 그의 주위에서 흘러 나왔다. 진실이야 국외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사는 숲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인습과 통념의 거미줄이 사방에 처져 있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