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말은 인간만이 가졌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도 간혹 단편적인 의사를 전달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말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감정과 사상이 담겨 있지 않은데다가 그 소리를 자음과 모음으로 나눌 수도 없고 문법적인 체계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낸 단어를 국어에서는 의성(擬聲) 상징어라 한다. 개 짖는 소리를 우리는 '멍멍', 일본인들은 '왕왕', 미국인들은 '바우와우'라고 각기 표기하는 것도 그 소리가 문자로는 표기할 수 없는 음향(音響)이기 때문이다.
그렇듯 말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요, 그것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호모사피엔스(사고하는 인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수준에서 사용하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한 개인의 지적, 정서적, 교양적, 사상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그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것은 단연 시(詩)이다. 시(詩)라는 글자 자체가 곧 말(言)의 사원(寺)이니, 세속에 찌들어 내뱉는 이해타산적인 말과는 격이 다르다. 세상의 경전이 두루 시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시는 어떤 때는 간절한 기도였고 또는 시대를 앞서 나아간 선지자의 외침으로서 광야에 울려 퍼졌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유독 시를 쓰는 이들을 타 장르의 예술가처럼 '시가(詩家)'라 하지 않고, '시인(詩人)'이라 불러 예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 대학의 교수이자 시인인 마(馬) 모 씨가 제자와 주부의 시를 표절하거나 도용한 사실이 밝혀져, 외설 시비와는 다른 차원의 물의를 빚고 있다. 기자가 "어떻게 된 일이냐?"니까 "내가 미쳤나 보다"고 했다. 돌이켜 보니, 그가 낸 첫 시집의 제목이 '광마집(狂馬集)'이었다. 슬픈 일이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