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
그동안 학교급식은 학생들의 책가방 무게를 줄이고 학부모들의 도시락 준비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학교급식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들로 인해 '교육의 일환'으로서의 학교급식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학교에서 올해 현재까지 11건에 667명의 학생이 식중독증세를 보여 지난해(4건, 509명)보다 7건 158명이 증가했다. 특히 지난 6월의 서울·경기 지역에서 있었던 학교급식 식중독사고로 인해 전국 초·중·고교 68개교에서 학생 7만여 명에 대한 학교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이쯤 되자 지난 해 7월19일 학교급식법 개정에 이어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위탁급식 직영 전환과 급식시설 현대화 등에 2011년까지 모두 2조2천5백억원을 쏟아 붓는 '학교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교육의 일환으로 추진된 학교급식이 한편으로는 오히려 불편과 사고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는 셈이 되었다. 지금까지 학교급식은 학교생활을 편리하게 변화시켜 왔지만 그 이면에는 학교급식에 대한 부정적인 그림자가 존재하고 있다.
학교급식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교급식이 가진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매번 급식에 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 현실을 보면 관계당국과 학부모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급식을 단순히 한 끼를 제공한다는 생각이 아닌 교육의 연장선으로 보고 책임 있는 정책이 필요할 때이다.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있어 올바른 영양섭취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급식을 제공하는 입장에서도 내 자식이 먹는 음식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급식을 제공해야한다.
일본의 경우, 1996년 'O-157 사건'으로 불리는 당시 식중독 사태 이후 일본 공립학교의 급식은 수업의 질 못지않게 확 높였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 '냉동식품 절대 불가' 원칙이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감자튀김 같은 냉동식품, 열만 가하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은 '가능한 한'이 아닌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둘째 '당일 조리'다. 때문에 영양사와 조리사의 출근시간은 아침 7시. 생야채는 내놓지 않고 살균 데치기 과정을 거치며 육류튀김은 고기 속 온도가 85도가 돼야 한다. 씹는 맛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안전을 중시한다는 얘기다.
셋째, 학교급식법이 식품위생법보다 상위법으로 되어 있다. 현재 '위생관리 매뉴얼'은'O-157 사건'이전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식중독균 조차도 규제대상에 넣고 있다.
또 당일 조리 원칙으로 남은 재료를 보관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소비 기한을 철저히 지키게 한다.
이 밖에 학기 시작 전에 학교 조리 관계자를 소집해 위생관리 강습도 실시하며 영양사 배치 기준이나 급식의 원칙을 정한 '학교급식법'이 '식품위생법'보다 상위법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일본의 학교급식은 '고도의 안정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학교급식을 교육의 일환으로서 중시하는 사회·교육적 분위기가 성숙되어있다.
반면 우리사회는 급식에 대해서는 입본에 비해 관심이 덜한 수준이다. 새해에는 학교급식법 개정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즉 학교급식을 지역농산물 중심으로 전환, 학교급식법 개정을 출발점으로 보고 안전한 식품의 공급체계를 확립해 나가야한다.
그리하여 새로 온 2007년은 학교급식을 위한 우리 농산물 공급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어 국민으로부터 눈흘김을 받지 않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