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차이나' 선풍이 날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마치 21세기 한국의 이정표들이 모두 '차이나' 쪽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물론 심지어는 군사 분야까지를 망라한 대중국 학습열(學習熱)을 보면 '차이나 러쉬'가 무슨 대세처럼 보인다.
그를 반영이라도 하듯, 몇 년 전부터 각 지방에서는 다투어 가며 '차이나타운'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었다. 명분은 하나같이 중국 관광객과 화교 자본 유치였다.
일산은 2004년에 1조 3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쇼핑몰과 교류 센터를 대대적으로 짓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전주는 13억원을 들여 차이나타운 거리를, 군산은 부지 4만평에 108억원을 투입해 차이나타운을, 목포는 리틀 차이나타운을, 부산도 103억원을 마련해 상하이 거리를 조성하고 별도로 차이나타운을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이 모두 성사됐더라면 '차이나타운'이 없어 국제적으로 창피했었다는 일부 식자들은 희색만면이었겠지만 한국은 갑자기 '차이나타운의 나라'가 될 판이었다. 아니, 여길 가도 저길 가도 차이나타운이 번성한 '리틀 차이나'가 될 뻔했다.
그러나 신세대의 '차이나(China)'든, 기성세대의'중공(中共)'이든 간에 그들을 떠올리면 그 같은'러쉬'가 맹랑하게 느껴진다. 치욕적인 중세 이전사는 차치하고 청일전쟁 전까지도 내외에 종주국 자처했고, 6·25전쟁 때는 중뿔나게 우리에게 피눈물을 강요했던 그들이다.
그럼에도 또 오늘 동북공정 같은 몰염치를 저지르고 있는 그들을 냉철한 눈으로 봐야 할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들을 무슨 국제정치적 대안(代案)으로 떠받드는 친중파(親中派)들이나, 생각 없이 '유사 차이나타운'을 여기저기 세우겠다고 나서는 공직자들의 몰역사적인 문화의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