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부터 목숨을 걸고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있는 소방관이 방화복 조차 부족해 빌려 입는 처지라면 소방행정이 얼마나 뒤떨어졌는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경기도내 소방관 10명 중 2~3명꼴로 화재 진압시 필수 개인보호장비인 방화복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해 빌려 입거나 불에 약한 방수복을 입고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현재 도내 소방파출소 근무자와 구조대원 등 보호장비를 1인당 2 벌씩 지급해야 하는 현장 소방 인력만 3천700여 명이지만 실제 도내 방화복 지급 수량은 6천여 벌에 불과해 2천여 벌이 부족하다. 지난 2004년 소방장비관리규칙이 개정되면서 파출소 근무자와 구조대 등 현장 소방대원들에게는 필수 보호장비로 방화복과 안전화, 안전장갑을 2 벌씩 지급하고 사무직 등 일반직 소방대원은 한 벌씩 지급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2년을 넘긴 현재까지도 보급율이 80%를 밑돌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안전불감증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단면이다.
1인당 2벌 씩을 지급토록 소방장비규칙이 개정된 배경은 일선 소방관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출동하는 경우가 많아 젖은 방화복을 갈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에 사투를 벌이다 희생되는 일선 소방관들을 우리는 종종 접해오고 있다. 하지만 박봉의 생활속에서도 시민의 인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목숨까지 걸어가며 위험을 감수하는 소방관들에게 불끌 장비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 경기도 소방행정의 현주소다.
"화재 출동이 많은 날은 방화복이 물에 젖거나 잿더미에 뒤범벅돼 어쩔 수 없이 비번 근무자의 옷을 빌려 입고 다음 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 일선 소방관의 푸념을 예산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된다. 재난은 예방이 첫째라고 하지만 예고 없는 화마와 맞서 목숨을 거는 파수꾼들의 사기는 시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예산의 우선 배정이 소방장비 보급에 있음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