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났네
생전에 가고 싶고 머물고 싶었던 그런 곳
설레는 맘
가벼운 발걸음
희망의 돛을 달고 항해하듯
내 마음에 지도 한 장 그려놓고
그렇게 떠났네
행복한 나라
사랑의 마을
부귀와 명예라는 이름이 붙은 고을
때로는
현자(賢者)를 찾거나 시인을 만나려고
성배(聖杯)를 찾아 나선 중세의 기사(騎士)처럼
발이 부르트도록 헤매었건만
그길 미로(迷路)와 같아
언제나 되돌아보면 제 자리 걸음이었을 뿐
아무것도 찾을 수 없고
머물지 못한 텅 빈 세상이었네
그러나
결코 멈출 수 없는 길
한 점(點)
좌표를 다시 찍고 가고 싶은 길
아무도 모르는 그 길,
내 마음의 지도를 다시 그리네 /소천 정 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