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하늘에 안창남이 있었다면, 땅에는 엄복동이 있었다. 안창남은 조선 최초의 비행사로, 엄복동은 자전거 판매점 점원 출신 선수로 전조선자전거경주대회 등 각종 대회를 휩쓸어 각기 일제에 억눌려 살았던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한껏 북돋워주었다.
그 시절 두 사람은 모두 '국민적 영웅'이었다.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 내려보아라, 엄복동 자전거-" 광복 이후 세대들까지도 뜻 모르고 읊었던 노랫가락이다. 특히 엄복동은 1920~30년대 조선 팔도에 자전거 붐을 일으킨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광복 후의 자전거 스타는 단연 인천의 김호순이었다. 금창동 창영초등학교 앞에서 자전거포를 직접 운영했던 선생은 1952년 제15회 헬싱키올림픽대회에 국가 대표로 참가하였고 1961년에는 제6회 필리핀국제도로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자전거가 오늘날에는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 탈 것'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이란 책에는 자원을 덜 소비하고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자전거를 지구 생태계를 구할 첫 번째 불가사의로 꼽고 있다.
선진국 네덜란드만 해도 전 국토를 자전거만으로 여행할 수 있고 이웃 일본도 도심 한복판에까지 전용 도로를 섬세하게 설정해 자전거의 교통 수송 분담률이 무려 25%에 달한다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무공해인 자전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본보와 인천녹색연합이 새해 벽두부터 자전거타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두 발로 건강 페달을 밟는다"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매우 신선한 제안이라 생각한다. 두루 동참해 우리 고장을 공해 없는 '자전거 세상'으로 만들었으면 싶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