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칼럼 ▧
본격적인 대학 입시철이 되었다. 부푼 소망으로 새해맞이를 해야 할 이 시기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긴장과 초조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첫 발을 내 딛을 것인가 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이 인생의 성공을 곧바로 결정짓는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몇몇 수험생들은 원하는 대학에로의 진학에 실패하게 되면 크게 낙심을 한 나머지 소중한 목숨조차 서슴지 않고 버리고 마는 일들이 종종 생겨나기도 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 사회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한 이른바 '존재(to be)'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는데 게을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사회를 위하여 어떤 유익한 일을 하고 있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대학을 나와 얼마나 많은 재산을 모았으며 얼마만큼의 높은 직위까지 오르느냐 하는 것으로 성공과 출세의 기준을 삼고자 하는 '소유(to have)' 지향적 사회풍토에 그들이 강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이다.
얼마 전 경찰대학은 2007학년도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하였다. 그래서 이번 신입생들은 또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경찰대학을 지망했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생겨난다. 혹 그들이 '소유(to have)'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찰대학을 지망했다면 안정된 직장을 얻고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가치가 경찰이라는 직업을 통하여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관하여 한번 깊이 생각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본래 경찰을 뜻하는 폴리스(police)라는 말은 라틴어 폴리티아(politia)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바르게 다스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경찰(警察)이라는 한자어도 '경세(警世, 경외하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핌)'와 '찰속(察俗, 삼가고 경건한 마음으로 속된 것을 살핌)'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사회를 올바르게 유지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마음가짐으로 이 세상을 잘 살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바로 경찰이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미국 미시간 주의 랜싱경찰서를 방문했을 때 그 사무실 벽 액자에 걸린 한 경찰관의 기도문이 나의 뇌리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 기도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주님, 제가 순찰을 도는 길에 함께 하소서/ 오늘, 그리고 내일, 아니 날이면 날마다/ 제가 걷고 있는 이 힘든 지역에 사는 이웃들/ 그들의 마음을 평안케 하소서/ 노인들에게는 친절한 모습을/ 젊은이들에게는 경찰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게 하소서/ 그리고 범법자들에게는 그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주시어 언제나 승리하게 하소서". 지역주민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의 평안을 간절히 기원하고 있는 이 모습 속에서 진정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경찰상을 엿보게 된다. 사회의 희소가치를 선점했는가 여부를 성공의 척도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더글러스 마록이라는 시인은 이렇게 그들을 깨우치고 있다. "…우리가 모두 다 선장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선원이 되는 것도 좋다. 우리 모두에게는 할 일이 있다. 큰 일이 있다면 작은 일도 있다… 만일 태양이 되지 못한다면 별이 되어라. 실패와 성공은 커지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든지 가장 좋은 것이 되어라"라고….
경찰이라는 직업 자체에 매력은 느끼고 있으나 경찰에 대한 현실적 저평가 때문에 경찰입문을 망설이고 있다면 경남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제시하였던 직업선택의 십계를 한번 숙고해보라고 권면하고 싶다. 거기서는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황무지와 같은 곳을 택하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정한 성공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의 선량한 이웃들을 평안하게 하고, 범죄로부터의 두려움을 몰아내는 일이 평화와 질서를 지향하는 이 사회의 바른 이치일진데, 이 가치를 붙잡는데 자신의 인생을 전폭적으로 걸 수 있는 경찰관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성공자라 이름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성공자로서의 경찰 지망생이 많아지기를 소망해 본다./김재민 경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