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여, 일어나라".
한 나라의 국모로서 비극적 최후를 통하여 백성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진 뮤지컬 명성황후의 감동도 컸지만 이번 인천시립무용단의 춤극 '명성황후' 공연은 시립무용단이 인천시민에게 안겨준 보답이자 미래를 위해 준비한 예술상품으로서 그 가치가 돋보였다. 역사의 현장을 춤으로 점검하고 시대적 기쁨과 슬픔, 궁궐과 백성, 외세의 침탈과 군중의 분노…. 이를 일관되게 종묘제례악과 모짜르트 레퀴엠 음악의 대비를 통해 극장예술적 효과를 한꺼번에 보여준 크고 알찬 무대라는데 공감한다.
무엇보다 대사 한마디 없이 무용만으로 이 모든 것을 소화하고 표현하는 '신체언어'의 힘이리라. 감동의 박수갈채를 뒤로 서서히 공연장을 빠져나오는데 유난히 예술회관 로비가 북적였다.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차림으로 무용주역들이 펼치는 팬 서비스인 사인회가 긴 줄을 드리웠고 여기저기서 이 모습들을 기념하려는 휴대폰 프래쉬가 터지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관람소감을 묻는 설문지에 응답하는 등 관객들도 무대의 여운을 맘껏 즐기고 음미하는 분위기여서 이날 콩크리트 건축물은 분출하는 웃음과 사뿐히 날아다니는 유쾌한 공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인천이 보여준 춤극 명성황후의 의미에 대하여 본인도 한줄 적었다. 그것이 빼어난 무용극을 보여준 모든 분들에 대한 성의였기에 진심으로 이렇게 썼다.
"앞으로 인천의 문화브랜드로 키웠으면 좋겠습니다".
11월 30일~12월 2일까지 4회 공연을 본 우리 인천의 많은 분들이 감동의 무대였다고 호평했다. 해반문화 최정숙관장은 독일에서 온 예술인에게 출국을 미루게 하고 이 공연을 재차 보여주었다고 했다.
인천시립무용단은 최근 몇 년간 미추홀-생명의 땅, 월인천강지곡, 미륵의 꽃, 미인도 등에서 보여준 인천 고유의 정체성에 근간을 둔 소재로부터 출발해 전 인류로 소급 확대가 가능한 주제를 통해 그 형상을 극대화시켜 아름답고도 강렬한 이미지를 도출해내는 작업을 해왔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번 명성황후 기획 의도 역시 세계 시장을 겨냥했을 경우 말로 하는 드라마나 뮤지컬과 달리, 몸짓 언어에 의한 무용극이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 질것으로 보았던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인천시립무용단은 창단25주년 공연에서 세계를 향한 비상, 그 출발이 산뜻하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 국수호씨를 객원 안무가로 초빙하여 새로운 버전을 선보였고 예술감독은 기획과 홍보 마케팅 등 총감독의 본분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기에 수준 높은 공연이 만들어지고 유례없이 좌석 매진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시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해본다.
항구와 공항과 경제자유구역, 그 하드 보일드한 경쟁력에서 한발 나아가 이제 인천에 즐기기 위한 문화의 옷을 입히자. 문화예술상품과 예술인의 활약을 통해 인천이 늘 부족하다고 느껴온 그 무엇에 최고의 의상을 준비하자. 인천을 찾는 외국인 바이어와 외국학교, 그리고 아시안게임과 도시엑스포를 염두에 둘 때 더 큰 의미가 된다.
예술인에게 인천시는 더욱 겸손하여야 하고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행정차원의 예술지원금이나 대규모 공연장 건설 이전에, 경제 가치를 우선시하기 이전에, 문화와 예술인대접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인천의 문화예술 브랜드를 어떻게 개발 육성할 것인지에 대하여 집중하여야 한다.
시민들은 이미 이것을 알고 원한다. 세계도시로 가는 길을…./김성숙 인천광역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