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칼럼 - 인하대교수/동북아비전21연구소이사장
올 연말은 고요하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가 들려오고도 남을 시기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올해는 수출도 3000억불을 달성했다며 감격해하는 떠들썩한 뉴스보도가 엊그제였었는데 국민들은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국민들이 성숙해져 차분해진 것인지, 좀더 허리띠를 졸라매 내친김에 4000불, 5000불시대로 직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인지, 자그마한 축제소리도 들을 수 없다. 아니라면 수출의 성과가 국민들의 생활에 반영이 안 된다는 것일 텐데 자원이 없는 우리 한국은 수출만이 유일한 생계수단이라고 귀가 아프도록 강조해 왔었다. 수출이 잘 되어도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제 어디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야 하는지 망막하기만 하다.
세계 10위권의 수출대국이 되었다는데 예전보다 더 화려한 연말분위기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련만 별 반응이 없으니 대다수 국민들은 수출한국의 국민 측에 끼지 못하는 것 같다. 어찌 올 한해가 즐겁게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모든 국민들이 수출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혜택을 입었을 테니 연말분위기를 좀 내주어도 될 법한데 아직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돈 있는 자들이 서민들을 생각하여 자숙하고 있지는 않을 터, 혹 돈 가지고 해외나들이에 나서 연말분위기를 내고 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보도에 의하면 최근의 여행수지는 매년 적자폭이 크게 늘어만 간다니 시기당하고 매도당한다는 생각에 한국에서 연말을 즐기는 것 보다 해외에서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원화가 큰 폭으로 절상된 지금이야말로 해외여행이 최대의 적기임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수출대국이라는 면모에 맞게 수출에 의한 혜택이 온 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되어 모두 생활이 나아지는 구조여야 할 텐데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벌어져 일자리도 적고 고령화의 시대에 난감하기만 하다.
연말이 조용한 것은 거리를 떠들썩하게 해주는 청장년들이 별 여유가 없는 시대에 접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취업에 어려움이 많고 취업한 사람들은 돈이 너무나도 많이 드는 사회현실에 여유가 있을 리 없다.
당연히 연말을 예전처럼 흥청망청 보낼 수는 없다. 점점 더 어려워질 것처럼 보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분위기를 나게 하지 않는다.
연일 폭등하는 집값에도 모두들 덩달아 집을 사기라도 할 것처럼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그래도 여유 있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추위와 배고픔이 더해만 가는 연말 겨울이 되었으니 우리는 주위의 소외된 곳을 좀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여유가 적고 기쁨을 얻기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둘러보고 사랑을 나눈다면 우리는 기쁨도 얻을 수 있고 다소간의 마음의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베풀고 나누면 기쁨을 얻을 수 있으니 베풀고 나누는 일은 주는 것인 동시에 받는 것이기도 하여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다.
사랑 역시 주고 싶은 상대를 찾아 주면서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런 나눔에 남녀노소나 빈부의 구별이 문제될 일은 없다. 나눔의 기쁨을 행하는 일이야말로 고귀한 것으로 절대 멈춰서는 안될 것이다.
나눔은 관심만 있으면 이룰 수 있는 쉬운 것이다. 나눔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을 위하여 우리는 부지런히 나눔의 장에 있어야 할 것이다./모세종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