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예산을 세워 놓고도 미숙한 조치로 올해 900억여 원을 불용처리 했다. 이는 민원 발생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타 기관의 업무 협조 부실 등 행정상의 잘못이었다고 하니 졸속행정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어 한심하다. 소요 예산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주먹구구 식으로 세출 예산을 편성하는 바람에 시민의 혈세인 재원이 사장된 꼴이다.
인천시 의회의 한 의원은 "인천시의 올해 예산 규모 10억원 이상의 사업 중 12개 사업이 각종 행정상의 잘못으로 추진 도중 중단 돼 901억 원의 해당 사업 예산을 집행 하지 못한 채 내년으로 이월시킬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적 사항 중에는 현장 조사와 주민 여론을 파악하지 않고 일단 예산을 세워놓고 보자는 식의 탁상행정이 대부분을 차지해 안일무사한 구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 실태를 보면 동소정 사거리 교차로 지하차도 설치 반대를 뻔히 알고도 102억 원대의 예산을 책정해 공사를 강행하다 결국 반대에 부딪쳐 1%의 공정에 그친 채 공사 중지 결정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18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하다 주민의 반발로 70%의 공정 상태에서 공사가 중지된 쌍용아파트~신기파출소 도로확장공사나 부안고가교 재가설 공사 등도 주민 여론 수렴없이 졸속으로 추진하다 중단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올해 113억 원대의 예산을 들여 경찰청과 추진하던 광역교통정보 기반확충 사업과 신호기 설치·보수 사업 등이 중단된 것은 타 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이루지 못한 행정의 오류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예산부서는 꼭 필요한 예산만 계상해 집행하고 미집행 사유가 발생할 때에는 즉시 잔액예산을 삭감해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점에서 인천시는 확실하게 용도를 정해 놓고 예산을 세우기보다 일단 세워놓고 보자는 행정 편의 주의도 문제지만 잔액예산 처리까지 엉성한 행태를 보인 것은 유감이다. 예산부족으로 사업추진이 어렵다 할 때는 언제고, 있는 예산을 불용처리하는 경우는 또 무엇인지, 헷갈리게 할 뿐이다. 인천시의 예산 운용 개선책을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