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으로 대표되는 FTA 반대진영에 대한 정부와 각 지자체의 대응이 딱하다 못해 졸렬하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지난달 22일 벌어졌던 격렬한 시위 양상에 놀란 나머지 '폭력시위 근절'을 명분으로 설익은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놨다.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불법·폭력 시위 전력이 있는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조례안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집회로 인한 피해를 몽땅 돈으로 물어내게 하겠다며, 집회 주최측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을 각급 지자체에 독려하고 나섰다. 경찰은 예의 그 원천봉쇄 카드를 거듭 꺼내 들었다. 범국본측의 집회 '신고'는 아예 받아주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서울에서 집회가 있는 경우 서울 외곽의 주요 도로에 막대한 경찰력을 두입 '집회 참가 예상자'들의 서울행을 차단하고 나섰다.
이처럼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책들은 속내를 드려다 보면 허점 투성이다. 무엇보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의 대응이라고 보기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보인다. 일테면 '신고' 사항인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화 하겠다는 발상은 아예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겠단 것으로 비쳐진다. 인권위도 이에 대해 시정 권고를 냈다.
길목을 막고 '통행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발상도 그렇다. 집회 참가 의사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돈으로 과격시위를 막아보겠다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시위가 방화와 공공시설 파손 등으로 이어지는 데는 현장에서 이를 막아내지 못한 공권력의 책임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회의 주최측도 억울하거나 피해자일 수도 있다. 주최측이 모든 집회 참가자들을 제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특히 FTA 타결에 따라 적잖은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이 주력인 범국본을 돈으로 협박하는 모양새를 보여 딱하기만 하다.
목적이 명분을 갖는다고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정부는 섯부른 정책을 남발하기에 앞서 차분하게 그 배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보다 냉정하게 근본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