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운 인천상의 경제정책팀장
한나라당의 이계진 국회의원이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을 '인천-세종공항'으로 바꾸자고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른다면 첫째 세종이라는 명칭을 인천과 병기함으로서 국익과 더불어 인천의 위상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것과, 둘째 인천은 세종을 통해 문화도시로서 세계적인 이미지를 획득하고 세종은 인천이라는 날개를 달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천이 한글과 세종대왕의 국내외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는데 이를 왜 반대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듣고 인천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황당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임에 틀림이 없으며 그 분이 창제하신 우리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분의 위대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국제공항의 이름에 병기를 해야 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한글을 사랑하고 세종대왕을 존경하는 것인지 보통사람으로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세종'이라는 낱말을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한번 검색을 해보았더니 무려 2천492개나 되었다. 이미 각종 국가시설에서부터 조그만 점포에 이르기까지 '세종'이라는 명칭을 넘쳐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이러한 것이 모자라서 이미 개항한지 5년이나 지난 인천국제공항의 명칭에 세종을 삽입하자고 하는 것이 진정 국익을 위한 것인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것인지 의심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이 반대하는 입장은 명확하다.
첫째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10년 전 국민여론과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여 결정한 명칭이다. 그 절차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국가시설의 명칭보다도 많은 검증을 통해 결정한 것으로 더 이상 거론을 여지가 없으며, 이를 재론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둘째 인천국제공항은 영국의 저명한 컨설팅 회사인 스카이트랙스와 CNN 방송이 선정한 세계 3대 공항으로 발전해 그 어떤 국가시설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유수의 공항들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현시점에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은 세계 최고의 허브공항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인천국제공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셋째 개항이후 인천국제공항은 이미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 등록이 되어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으며, 국제공항으로서의 엄청난 브랜드가치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이미 형성된 인천국제공항의 브랜드 가치를 무시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모르겠다.
넷째 세계적인 추세가 공항의 명칭은 지명으로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스카이트랙스와 CNN 방송이 선정한 세계 10대 공항을 보아도 모두 그 지역의 지명을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명도 아니고 인명도 아닌 국적불명의 '인천-세종'이라는 단어를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이해를 할 것인지? 국제적인 안목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끝으로 이계진 국회의원께 묻고 싶다. 왜 인천국제공항에다만 세종이라는 명칭을 부쳐야 하는 것인가? 그러면 부산항은 '부산-세종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주장을 왜 하지 못하는 가? 이제는 더 이상 인천시민을 우롱하지 말았으면 한다.
진정으로 국가 발전을 위한다면 인천국제공항을 인천지역에 있는 공항이라고 생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관문으로써 우리 모두의 공항으로 생각하고 국가적인 지원에 앞장 서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