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새 옷 갈아 입을 즈음
타는 목 축일
물 한 모금 그립더니

도르르 말리며 타들어 가는 잎새마다
드문드문
불꽃보다 짙은 진홍색 고름
풀어 헤친 저고리 앞섶 헤집고
힘겨운듯 흔들리고

지난 밤
하얀 눈 소식은
구름자락 끌어안은 하늘에 되비쳐
젖은 눈가에 내려 앉는다

휑한 가지
바람결에 떨어지는 마른 잎

어느새 가을을 보낸 들녘엔
텅빈 가슴으로 추위를 맞는
갈아 엎은 논바닥의 묵은 한 숨 가득하다
시인 한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