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십 수 년 전, 모 버스 사업체가 인천에 입성하려 했을 때의 얘기다. 재벌 그룹 산하의 S사는 소유 버스만 1백대가 넘는다고 알려진 맘모스 급이었다. 만일 그 회사가 인천에 들어올 경우 기존 업계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될 게 뻔했다.
인천 상륙에 앞서 그 회사는 제주도에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 때 제주 지역 인사들은 만일 S사가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제주까지 잠식하려 한다면 우리는 A항공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맞서 공세를 물리쳤다는 전언이다.
그 후 S사는 경기도에 똑같은 사업 신청 허가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기도의 대찬 담당 공무원이 서류에는 하자가 없지만, 결코 허가할 수 없는 '지역 정서'가 있다며 그들의 로비를 일축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던 인천의 입성은 식은 죽 먹기였다. 우선 시(市) 담당 국장의 이야기부터가 달랐다. 요건을 갖추었으니 허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S사는 인천 업계와 신사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후에 들으니, S사는 영업소 차원이어서 1백만원 이상의 결재권도 없었고, 당일 수익금은 모두 그날로 서울 본사에 송금한다는 것이었다. 인천에서 돈은 벌지만, 인천에 단 한 푼도 떨어뜨릴 의향이 없던 것이다. 기막힌 상도의(商道義)였다.
S백화점 인천점이 개점 10년을 맞았다고 한다. 작년도 매출액이 물경 5천여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인천의 유통업계를 싹쓸이 하다시피 하고 있는 S백화점이 잔돈푼으로 이런저런 생색이나 내는지, 그들이 말하듯 진정 '인천사랑'을 실천하는지 시민들은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백여년의 전통을 지닌 재래시장을 하루아침에 초토화시킨 대형 매장을 공무원들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허가해 주고, 그 인근 소공원에 재벌 그룹의 이니셜을 단 시계탑을 버젓이 세워놓고도 시민들이 무신경하게 사는 한 인천은 재벌의 경제적 영지(領地)로 고착될 공산이 크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