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복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
지난 해 8월 푹푹 찌던 날, 경기 양주소재 모 정신요양원과 서울 종로소재 성람재단, 종로구청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 연간 1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 재단과 복지시설에 대한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보는 빌라 한 세대에 420명이 주민등록에 등재된 사실과, 80년대 초, 중반에 이뤄진 건당 수백만원짜리 시설입소계약서 수십건이 발견된데서 시작되었다. 수사에 착수한지 10개월, 경기경찰청은 재단 이사장을 전격 검거해 구속했다.
그리고 지난 5년동안 성람재단이 산하 13개 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27억원을 횡령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종로구청 앞마당에서는 100여일째 천막농성이 지속되고 있다. 시설에서 해임된 노조원들과 장애인단체가 27억 횡령을 방조하고 직무를 유기한 재단 이사진 전원 해임과 민주 이사진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성람재단은 시설운영비와 환자생계비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이런 방법으로 횡령했다고 한다. 거래하는 업체들과 짜고 물품구입 대금을 과다 책정하여 집행한 후 그 차액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발견하기 어려운 비자금 통장을 각 시설별로 만들어 관리했다. 재단 산하 기능보강사업을 비자금으로 공사대금을 선 지급하여 완료해놓고 마치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조금을 타내 횡령하기도 했다.
문제의 재단은 년간 100억원의 보조를 받는다. 그러나 재단을 운영하는 이사들과 시설장들은 고향친구나 퇴역장교, 지인들이다. 그리고 각 시설의 경리등 주요 요직에는 조카 등 친 인척이 담당했다.
예산과 관련된 업무에는 외부인이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재단을 사유재산처럼 운영했다는 것이 수사를 담당했던 유모 형사가 밝힌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관계 행정기관이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과 요양원 등 8개 산하시설에 대한 비리백태가 백일하에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이미 완료된 사업에 7억6천5백만원의 보조금을 교부받아 시공사와 수의계약 했다. 국·시비 3천8백80만원을 지원받아 구입한 치과 유니트를 재단 수익사업에 사용했다. 어디 이 뿐인가, 법인소유가 아닌 토지의 부지조성 등에 재단 예산 1억4천3백만원을 편법 집행했다. 건물 증축에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자 재단이사장으로부터 3억5천만 원을 차입하여 지급한 것으로 장부를 기재했다. 그리고는 실제 입·출금 없이 1억원을 이사장에게 변제한 사실도 적발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사장이 비리로 구속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재단의 고문으로 재 위촉했다. 그리고 월 4백만원씩 급여를 지급하다 적발된 것이다. 지적된 비리 백태는 총 112건에 이른다. 6억1천9백만원이 환수조치 대상이다. 이와 관련하여 비리재단 이사 6명에 대한 해임을 권고 했다. 그리고 재단과 시설관계자 19명에 대하여 경고와 징계를 권고 했다. 3건의 부당한 예산 집행에 대하여는 수사를 의뢰토록 했다.
이렇게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난 이상 이사진은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 이사진이 구성되어야 한다. 비리로 온갖 어려움을 겪는 것은 생활시설입소자들이기 때문이다. 꼭 10년전 평택의 에바다 농아원이 그랬다. 그리고 한빛맹학교, 청암재단의 사례에서도 민주적 이사진을 구성하여 새롭게 변모한 전례가 있다. 시설종사자 노조와 장애인 단체의 반발과 100일 이상 농성이 벌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에서도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고발사태가 발생했다. 연수구 소재 모 복지법인이 시설직원들의 퇴직금을 적립하지 않았고, 지원받은 시·구비 50억원을 복지시설(소망노인병원) 신축 공사비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밖으로 잘 표출되지 않았던 인권문제, 성폭력문제로 번지고 있다. 사회복지법의 개정으로까지 목소리는 높아졌다. 시설비리에 대하여 지역복지계가 움직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복지를 빙자한 인권유린이나 공금의 유용과 횡령 등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