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교수/동북아비전21연구소 이사장
대도시 번화가의 밤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주간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지만 밤에는 직장 밖의 곳에서 새로운 일과를 시작한다. 밤이 새로운 아침을 시작하듯 북적거리는 곳이 많다. 관공서는 시민들의 움직임에 따라 업무형태를 조절해야 한다.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어 관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곳이 있다면 관은 언제라도 그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모든 관공서는 주간에만 일을 하여 오후 6시 무렵이 되면 문을 닫아 버린다. 일반 민원업무를 하는 곳은 대부분이 근무시간이 지나면 일을 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로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업무란 필요한 때에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을 주간에 상대하는 부서도 있어야 하지만 야간에 상대하는 부서도 있어야 한다. 오히려 밤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부서도 있을 것이다. 관공서란 국민들이 질서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사회를 지켜야 한다.
현대인의 생활모습이나 사고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남녀가 따로 없으며 밤낮 구별이 무색해졌다.
주간의 관공서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느라 부산하지만 야간은 그렇지 않다. 야간은 마치 공권력 부재와 같은 시간이다. 시민들의 변화된 생활패턴에 관은 아주 무감각하며 대응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사건사고가 늘어만 간다. 주로 밤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관공서는 현대인의 활동시간을 고려한 업무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밤거리로 뛰쳐나오는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를 위하여 관공서의 업무방법은 마땅히 재고되어야 한다.
대개 주간에는 직장이라는 틀 속에서 활동하게 되니 직장을 벗어날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직장일이 끝나면 사적인 일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장소로 찾아 나간다. 일과로부터 벗어나 스트레스를 풀고,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는데 밤 이외의 시간은 찾기 힘들다. 밤은 사적인 일과를 이루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개인의 행복추구를 중시하는 현대인에 있어서 밤의 문화를 빼놓을 수는 없다. 돈을 쓰고 버는 수요와 공급이 직접적으로 만나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기도 밤이며, 이런 밤을 추구하고 노리는 자들이 활동하는 시간대도 밤인 것이다.
행복 추구에 인간은 성급해지고 이기적이 되며 자칫 도를 넘기도 한다. 밤거리는 이런 욕구의 분출로 질서유지가 쉽지 않다. 불법이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되고 단속 또한 느슨해지는 밤이다 보니 번화가의 밤거리는 불법과 무질서가 난무하기도 한다. 인천경찰청의 경우 번화가의 주변이라 하지만 그곳마저 불법 주정차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니 아량인지 무시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밤에 대응하는 관공서는 겨우 경찰관서의 파출소가 고작이다. 모든 사건사고 무질서가 난무하는 밤무대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은 공권력의 역할이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대처럼 주간의 업무가 주였던 시절의 관공서의 역할이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이미 밤이나 낮이나 모두가 활동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제 관공서의 업무도 그에 맞추어 밤과 낮을 구별해서는 안 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젠 밤에도 시민들의 생활패턴에 맞추어 관공서의 업무가 계속되어야 한다. 많은 이가 야간을 주간처럼 활동하는 시대에는 그에 상응한 관공서의 대처가 필요하다. 밤의 무질서에 편승하여 벌어지는 일들에 공권력의 대응은 즉각적이어야 한다.
밤과 낮이 같아진 이 시대에 6시 땡 하면 모두 퇴근하여 관이 담당해야할 일을 못하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파출소처럼 밤에도 업무가 이루어져야 하는 관의 부서가 있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임해야 하는 관의 책무에 밤낮 구별이란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원하는 밤 문화의 정착에는 시민의식 못지않게 공권력의 주간보다 더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은행도 24시간 돈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도 생겼다.
모두가 밤낮없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밤의 활동에 공권력이 잘 미치지 않는 까닭에 무법과 무질서가 만연하고 있다. 새로운 밤 문화에 맞추어 국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위해, 관은 필요분야를 선별하여 이에 대응하도록 하루속히 업무형태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