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방희의 생활경제칼럼 - 생활경제연구소장 / KBS1라디오 진행자
김본좌라는 희한한 이름을 아는지 여부가 새로운 세대 구분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그를 알면 신세대, 모르면 구세대로 분류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인터넷의 스타다. 일본의 이른바 야동(야한 동영상)을 대규모로 국내에 퍼 나른 이다. 얼마 전 그가 구속되자 누리꾼들의 반응은 요란했다. ‘야동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자, 그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식의 동정론이 우세한 편이었다.
그런 젊은 누리꾼들 조차도 위키피디아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백과사전은 누리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들었다. 그 덕에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의 고리타분한 백과사전과 달리 최첨단의 하찮은 지식까지 모두 다 포함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 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세계 최고의 백과사전으로 꼽히는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있었다.
김본좌냐, 위키피디아냐? 인터넷, 그 가운데서도 누리꾼들이 직접 만드는 컨텐츠인 손수 제작물(UCC: User Created Contents)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잘못 되면 음란●엽기물들을 쉴새 없이 전달하는 역으로 그치게 된다. 반면 잘 되면 유용한 지식을 끊임없이 창조하고 재생산하게 될 것이다.
UCC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전적으로 누리꾼들과 우리 사회의 관심과 수준에 달려 있다.
사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생기고 나서부터 UCC가 탄생하고 득세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했다. 인터넷은 도로일 뿐이고, 그 곳을 질주하는 것은 차량들이다. 차량에 해당되는 것이 바로 문자와 사진, 그리고 동영상의 형태로 전해지는 자료와 정보, 그리고 지식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누리꾼들이 직접 만드는 컨텐츠에 해당되는 것이다.
UCC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11월7일에 벌어지는 중간 선거를 이 UCC가 좌우할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이 유명 정치인들을 쫓아다니면서 찍은 동영상들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이것이 표심을 크게 좌우하고 있어서다. 우리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전에는 개를 풍선에 묶어 날려 보내는 이른바 ‘개풍녀’ 동영상이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톱스타 권상우의 몰래 카메라 진위 여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몇몇 UCC들은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보통신(IT) 산업과 연계해 이 분야는 인터넷 기업들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검색과 블로그에서 네이버에 밀린 다음은 UCC 분야의 사업으로 재역전을 모색하고 있다. 사이월드라는 엄청난 UCC의 보고를 갖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스는 이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UCC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많은 실험이 이뤄질 곳이 바로 미국과 우리나라다.
앞으로 UCC의 미래를 결정지을 요소는 두 가지다. 우선 저작권 문제다. 인터넷상의 저작권을 보호하거나 규제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UCC는 무한정 펌질을 당하고 있다. 이는UCC가 대량으로 유통돼 힘을 갖게 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UCC가 위축될 요소이기도 하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10개 유명 UCC 관련 업체의 유통 컨텐츠를 조사한 결과 실제 누리꾼이 제작한 것은 6%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나머지는 퍼 나르는 셈이다.
또 하나는 컨텐츠의 내용이다. 여러 가지 자료와 정보, 그리고 지식 가운데서도 가장 선정적이고 음란하며, 엽기적인 것에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다 보면 UCC가 대부분 그런 분야에 집중되고, 이것들만 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음란물의 악순환’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이는 UCC 규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모든 새로운 것에는 위험과 가능성이 상존한다. 인터넷이 그랬듯, 새로운 인터넷의 주역으로 떠오른 UCC 역시 마찬가지다. 김본좌가 위험이라면 위키디피아는 가능성을 상징한다. UCC 강국인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