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또는 노란 물감을
굽이굽이 뿌리고 간다

가끔
바람을 만난 단풍은
화냥기에 미친 듯
부르르 몸살을 하고

산 넘는
노을이 서쪽 창에
풍경화 하나를
가득 그려내는 오두막

저녁연기
어스름에 가물가물
길게 이어지는 풍경

저 멀리
보이는 곳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계곡을 향해
어둠을 만드는 가을. /석향.노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