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한국정치평론가협회장
전효숙 문제를 너무 길게 끌고 가는 느낌이다. 북한 핵실험도 실행되고 작전통수권 문제도 매듭 진듯하며 한미 FTA도 양국을 오가며 대규모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여파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만큼 충격파를 던졌으며 이에 대한 UN 안보리의 제재결의가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만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평양에서는 10만 군중이 모여 핵실험 자축행사를 벌였으니 평행선을 걷고 있는 대결양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이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물가는 천정을 모르고 치솟고 있으며 경제성장도 위축되어 경제 최고위 당국자까지도 경제사정이 매우 어렵다고 실토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적인 편차가 큰 부동산 가격은 로또복권이나 다름없다는 판교 신도시 분양이 끝났어도 그 후유증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동반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어 주택문제의 해결에도 큰 난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산적한 국내외 위기 속에서 우리 국회는 한낱 '절차상의 잘못'을 트집잡아 헌재소장 문제를 몇 달씩 매듭짓지 못하고 질질 끌고만 가고 있으니 한심하다.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은 누가 보도라도 노무현정권 특유의 코드인사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의 고시 동기에 임기 6년을 채워주기 위해서 3년이나 남은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하게 하고 새로이 임명하는 '꼼수'를 두는 것만 봐도 그 속내를 알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으리라. "헌재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명백한 헌법조항을 깜빡한 것이다. 결국 민간인 신분이 된 전효숙을 헌재소장으로 임명했지만 국회에서 이의가 제기되었다. 생각하지도 않은 암초에 걸린 청와대와 여당은 과거에도 그래왔다는 관행을 내걸고 무리하게 강행통과를 시도했다. 이미 청문회까지 마쳤으니 다수결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가만있을 야당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임기연장을 꼬집고 있는 터에 '헌법'의 명시규정을 들이민 야당의 반대는 매우 설득력이 있고 국민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여론에 밀린 청와대에서는 한 발짝 후퇴하여 전효숙을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요청했다.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멀쩡한 재판관을 사임하게 하고 다시 임명하는 일이 반복되다니 초등학교 분단장 임명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당사자가 요지부동하고 청와대 의사가 확고한 이상 새로운 절차를 밟아 다시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모양은 좋지 않지만 비서실장을 내세워 형식적인 사과도 했고 정식절차도 밟았으니 공은 국회로 넘어온 셈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굳세게 전효숙 임명을 반대 한다. 청문회 날짜도 지나가 이제는 임명권자가 하시라도 임명할 수 있게 되었다. 곧 재판관 임명이 될 것이고 헌재소장 임명으로 이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야당은 '전효숙 사퇴' 관철에 매달려 있다. 물론 한나라당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헌재 소장직은 막중한 자리다.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 문제를 판결하면서 그 위상은 부쩍 높아졌다. 대법원에 버금하는 위상을 확보했다. 이런 헌재 소장직을 핑퐁 치듯 내놨다, 들여갔다, 다시 내놓는 청와대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인 공격이다. 그 공격의 효과는 충분히 거두었다. 모든 국민들이 청와대의 억지를 잘 알게 되었고 헌법학자들도 원칙을 벗어난 인사라고 못을 박았다. 한나라당이 겨냥하고 있는 정치적 효과는 이 정도로 끝내야 극대화 한다.
어차피 '헌재소장 전효숙'을 내려 앉히기는 무리다. 무리수를 계속하면 국민은 짜증스럽다. 임명권자의 고유권한과 코드인사를 그 정도로 흠집나게 만든 것만도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헙법재판소 문제는 차라리 필자가 계속적으로 주장해 온 것처럼 대법원과의 업무한계가 모호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보다 윗길에 올라설 수도 있는 '옥상옥' 위상을 국민들에게 설파하여 헌법재판소 폐지를 정책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제일야당의 위상에 걸 맞는 일이 되지 않을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국정과제 중에서도 민생문제는 더욱 시급한 게 많다. 전효숙 문제에 매달렸다가 국민의 눈총을 받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긴급하고 중대한 국가대사로 눈을 돌려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