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 최초의 양관인 세창양행 사택, 최초의 스팀 장치 건물인 존스턴 별장, 최초의 기상 관측소인 인천측후소, 우아한 돔을 자랑했던 오례당,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답동성당 등등은 근대를 풍미했던 인천의 건축 명작들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당수 건축물들은 6ㆍ25전쟁의 포화 속에서, 혹은 거주자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심지어는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다는 소문이 나돌자 재산권 행사를 걱정한 나머지 하루아침에 부수어 버려 그 자리가 아직도 폐허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오해와 무지로 인해 그 같은 '문화 파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리 고장에서 자행되었었다는 것은 크게 개탄할 일이다. 사실 소유주가 '문화재'급 건물을 제 멋대로 파괴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혀 묻지 않았던 것은 문화 정책의 실종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 근대 건축물들이 인천의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 그같은 인식하에 현존하는 동서양의 건축물과 거리를 리모델링해 그를 관광자원화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고, 때맞추어 인천시 중구청이 '근대건축전시관'을 개관한 것은 눈이 번쩍 뜨인 쾌거였다.
그러나 사전에 각계 전문가의 자문과 감수를 좀더 철저히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정된 지면에 두루 지적할 수는 없으나 1950년대에 건축한 '내동 성공회' 를 '근대'로 엮어낸 무신경과 오리지널 사진엽서 대신 확대 컬러 사진을 전시하고 있는 비문화적인 마인드, 그리고 시가지 모형도의 등고선 오류로 '오례당'이 평지에 서 있고, '축현역'의 축척이 틀리는 것 등등은 향후 반드시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차제에 구(區)는 근대 건축 관련 각종 사료(史料)를 수집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연구를 지원해 중구가 한국 근대 건축의 본산임을 내외에 자랑스럽게 알렸으면 한다. 더불어 그 공간속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여러 주인공들에 대한 천착을 통해 인천의 근대사를 더욱더 선명하게 기술하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