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칼럼 - 이제행 경인교대 교수(체육교육)
10월의 가을하늘은 뜨겁다. 건강하고 활기찬 함성으로 뜨겁고, 젊음의 땀과 피에서 진하게 풍겨나는 열기로 더욱 뜨겁다.
이번 가을엔 경상북도 김천에서 젊음의 함성과 열기가 뜨겁게 피어오를 것이다. 올해로 87회를 맞게 된 전국체육대회가 경북(주 개최지 김천)에서 지난 17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전국체육대회의 역사는 1920년 11월 배재고보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 조선 야구대회를 그 기원으로 하는데, 최초 항일의 기치를 시작으로 광복과 민족상잔의 비극 그리고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이란 커다란 역사의 굴곡을 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젊음의 제전이라 할 전국체육대회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필자만의 감정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엔 과거 소년체육대회와 더불어 전국체육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소년체육대회는 거의 유명무실해졌고 전국체육대회 역시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전국체육대회에 대한 기대감이나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궁극적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전국체육대회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열리고 진행되는지에 대한 기본적 관심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체육대회에서 국민적인 관심과 사랑을 찾아보거나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현실이다.
더욱 낙담케 하는 것은 전국체육대회가 소수의 대회 참여자와 관계자들만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민들 관심과 호응을 얻지 못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대회의 발전은 커녕 존립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될 수 있다.
전국체육대회가 본래 취지를 살려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지역 간 메달 경쟁 체제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체육·문화의 장이 돼야 한다. 이번 제8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선수와 동호인이 함께 참여하는 마라톤대회를 갖기로 한 것은 변화의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육행사를 마련해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틀에 박힌 체육행사에서 탈피해 지역정서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체육·문화 행사를 창조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지 못하는 반쪽자리 대회는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국체육대회가 국민 모두의 축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소수의 운동선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일반국민 모두에게 열려 있고 함께 참여하며 만들어 가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같은 방향 전환을 위해선 적극적인 홍보전략도 마련돼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무관심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사실 스포츠에 대한 우리 국민의 눈높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인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의 구태의연한 방법으론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
체육 행사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인간은 유희의 동물이라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흥미있는 일엔 매우 적극적인 행동 성향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구성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역특색을 반영할 수 있는 체육문화 이벤트를 제공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할 것도 없는 먹을거리, 놀거리 행사가 아니라 그 지역만의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참여자들이 축제의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체육행사가 계획하고 실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