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준칼럼 - 인천대학교 부총장
한국갤럽은 정기적으로 한국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발표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에는 '주식투자'를 주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찌보면 정기적인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의외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유인즉 여론조사의 제목은 '주식투자'인데 실제 조사결과는 전혀 예상외로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결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이 '부동산 투자'이고 이러한 선호는 연령이나 소득수준과는 크게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국민들의 주식투자 행태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알기위해 실시한 조사에서 정작 주목받는 부분이 부동산 투자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그 내용이 궁금하여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돈을 늘리는 방법으로 가장 유리한 것이 어느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35.1%가 '토지, 땅 등 부동산 구매', 18.9%가 '아파트, 주택 등 부동산 구매'로 응답하여 총 54.0%가 '부동산 구매'를 가장 유리한 재테크 수단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서 27.6%가'은행 적금'을, 7.0%가 '적립식 펀드'를, 5.6%가 '주식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국민들이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 아주 오래된 일이고 보면 새삼스럽게 놀랄 일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를 지난 2003년 2월의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은행 적금'에 대한 국민 선호도는 크게 하락한 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는 크게 상승했다는 점에 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수치로 비교해 보면 은행 적금에 대한 선호가 2003년 2월의 조사 당시 38%였던 것이 27.6%로 감소한 반면에 부동산 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는 38.4%에서 50.4%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경제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즉,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도 증가 → 부동산 가격상승 → 개인의 자산가치 상승 → 소비증가 → 생산 촉진 이라는 경제 선순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러한 국민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는 현재 부정적인 결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6일 발표한 '2분기 자금순환 동향'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개인부문의 부채 잔액은 3월 말에 비해 3% 늘어난 628조 2000억원이며 이를 토대로 계산한 국민 1인당 부채는 무려 1천294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일반 개인의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개인 빚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3~6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판촉경쟁을 들고 있다. 앞뒤 안보고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 투자를 해야겠다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가 작용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여정부들어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적극적 대책들이 계속해서 발표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는 오히려 증가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 투기 억제 필요부문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은 주거와 경제활동에 필요한 경제재이지, 투기를 위한 투기재가 아니다.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면 그 순간부터 사회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활동이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