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인천언론인클럽 회장/인천시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판자문을 열고 몸을 구부려 들어가면 제일 먼저 재래식 연탄아궁이가 눈에 들어온다.
비집고 들어가 방문을 열면 한 사람 겨우 누울 수 있는 한 평 남짓의 방이 있다. 부엌을 차릴만한 공간이 없다. 이것이 '쪽방세대'다.
대부분 공동 수도를 사용하고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이다. 이 같은 쪽방 세대로 인천에 800세대가 구별로 분포되어 있다. 연령층은 50대에서 80대까지이고 그중 여성이 70%, 남성이 30%정도로 구분된다.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게 된 동기로는 무연고로 홀로된 노인, 자녀들이 버리고 간 부모들이 대부분인데 이중 호적상 자녀가 있는 노인들은 그나마 정부가 지급하는 생활비 보조 수급대상에 끼지도 못한다.
이들의 생활 방편은 길거리 노점상이나 보따리 생선장수, 일일 노역자, 일용잡급이나 박스 제작, 폐지 수집 등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쪽방세대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5대 대도시에 무려 5천800여 세대에 이르고 있는데 그 중 서울 다음으로 인천이 두 번째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입이 딱 벌어질 기막힌 일이 진행되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난 금융기관과 금융 공기업의 임직원 등에 돈잔치를 보면 실로 현실로 믿기 어려운 광경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들 금융공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봉이 12억원을 넘고 있는 것을 비롯, 운전기사와 청원경찰의 임금이 최고 9천100만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 경제난으로 찌든 생활에 허리가 휠 지경에 이르렀는데, 세금으로 덩치를 키운 금융 공기업들은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배만 불린 것이다.
헌데 더 기가 찰 일은 이들에게 과다 지급된 돈을 회수하거나 책임자를 처벌할 근거마저 없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내부 결제 장치를 마련하고 그릇된 인사 관행을 바로 잡고 예산 통제와 분책 등 관리 감독을 크게 강화해야만 한다. 규정을 고쳐서라도 사후 문책을 못하면 경영개선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지난 97년 이후 금년까지 정부가 지원한 공적자금은 총 168조원으로 천문학적 숫자다. 이중 지난 8월말 현재 80조원을 회수, 47.5%의 회수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로 국민부담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니 다행한 일이다. 조속히 회수해 이중 일부라도 국민 복지에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앞선다.
추석을 맞아 우리 '인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이들 800세대에게 재래상품권 10만원씩을 전달했다. 지난해까지 명절 때마다 5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금년에는 배로 늘려서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골목 끝까지 따라와 두 손을 합장하며 고맙다고 인사하는 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발걸음이 무겁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무한 경쟁시대 삶은 우리 사회를 각박하게 하고 삭막하게 만들지만 나눔의 삶은 우리 사회를 훈훈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인생은 만남인 동시에 나눔이다. 기쁨도 행복도 만남에서부터 시작이다. 값지고 아름다운 삶은 나눔의 삶에서 출발한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어린 나이에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난치병 어린이, 끼니를 거르는 청소년, 가족의 해체로 인해 힘들게 생활하는 가정 그리고 홀로 생활하는 노인 등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나눔의 실천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내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 보다도 지금이 이들에게 눈을 돌려 말로만 아닌 '복지 인천'을 만드는데 인천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설 때이고 그래야만 인천에 진정한 정체성이 만들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