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어느 모임에서였다. 한분이 "그 학교, 자리 잘 잡았어요. 송도에 송도고등학교라, 어울리지 않습니까? 동양화학 이회림 회장,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예요"라고 했다. 일순간 좌중은 묘한 정적에 싸였다. '송도'에 '송도고'가 들어섰으니 금상첨화라는 황당한 '명당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판을 깰지도 모르는 논란을 피해 가려는 배려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귀갓길 머릿속에서는 과연 우리가 한 고장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더불어 수년 전 iTV가 개국하던 날, TV를 틀어놓았으나 시쿤둥 제 일에만 열중하던 사무실 직원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두말할 것도 없다. '송도(松島)'는 일제가 청일ㆍ노일전쟁에서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일본 군함의 이름을 동춘리(東春里)에 붙인 일본식 지명이고, '송도(松都)'는 개성의 옛 이름이자, 1906년 송악산 기슭 가교사에서 학생 14명을 가르치기 시작한 한영서원의 후신인 송도중고등학교의 교명인 것이다. 그러니 송도중고(松都中高)를 비롯해 '100년 전통'을 지닌 우리 고장 유수의 학교들에 영화·강화·부평·박문·합일·교동 초교들과 인천고 등이 있다는 보도에 흠칫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하지만 이들 학교의 개교 100주년 행사는 재학생과 동문만의 잔치로 끝날 수 없는 일이다. 한 세기에 걸쳐 책상을 대물림하며 인재를 키워왔고, 앞날에도 그 교풍을 이어갈 자랑스러운 개교 100년은 온 시민이 다함께 축하해 주고, 또 축하 받아야 할 시민적 축제인 것이다. 이는 또한 부족한 지역 사회적 체험을 공유케 하는 귀중한ㄷ 기회도 되는 것이다. '송도(松都)'와 '송도(松島)도 가리지 않는 무관심 속에서는 향토애가 싹틀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