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일본 정부가 작성한 독도 관련 문서가 지난 13일 국내에 공개됐다.'기죽도약도(磯竹島略圖)'라는 이름의 지도가 첨부된 이 문서는 인천시가 인천의 명운이 걸린 신도시의 이름을'송도국제도시'로 정한 것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몰역사적이었는가 다시 한번 생각케 해 준다.
1877년 3월, 현재의 일본 총리실에 해당하는 태정관은 내무성이 질의한 동해 지적(地籍) 편찬에 대해 "죽도(竹島) 외(外) 일도(一島)를 판도(版圖) 밖으로 정한다"고 회시했다. 이는'죽도외 일도(동도와 서도를 가리킴-필자 주)'가 한국령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일본의 억지 주장에 온 국민이 통분해온게 언제인데 이제야 학계가 이같은 문제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문서의 존재를 알게됐냐는 만시지탄이 없을 수 없지만, 재삼 주목하게 되는 것은 태정관이 첨부 지도에 '독도'를 '송도(松島)'라고 또렷하게 박아놓고 있다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송도'는 일본식 섬이름(島名)이었던 것이다. 일본 내의 수많은 섬들의 흔한 이름이자, 일본의 3대 명승지의 하나인 송도, 그리고 청일ㆍ노일전쟁 때 인천항을 드나들며 전공을 세워 일제가 자랑했던 군함 '송도호(松島號)'의 바로 그 '송도'였던 것이다. 오늘날 인천시 연수구 일원은 조선조 때 인천부 원우이면이었다. '송도'란 지명은 애초에 인천에 없었다. 조선 시대의 지도를 봐도 송도리(松島里)라든가, 송도(松島)라는 마을이나 섬도 없었다. 섬이 있었다면 소암도, 대암도, 아암도가 있었을 뿐이다. '송도'는 일제가 조선총독부 관보에 처음 등장시킨 일본식 지명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가증스럽게도 일제가 인천사람들에게 청일ㆍ노일전쟁의 전승기념을 강요하기 위해 기항지 인천에 박아놓은 '언어의 쇠말뚝'이었던 것이다. 그 같은 전말을 도외시하고, 더더구나 육지를 섬(島)이라고 엉뚱하게 이름을 붙인 이 망발을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뜻있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헌법 소원이라도 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