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문제를 꼽으라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 지방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것은 '중앙집권에 대한 향수 성향'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지방분권 확대를 내걸고 있지만 시책 시행단계에서 과거로 되돌아가려 욕심을 내 물의를 빚는 일이 적지 않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중앙정부의 이런 성향이 빚어낸 산물이라 해도 잘못은 아닐 듯싶다. 건설교통부는 이 법 제정배경으로 수도권 과밀문제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지원키 위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지방분권 확대를 위해 필요한 보조법이라는 설명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법의 세부조항을 보면 이 법을 제정하려는 진의가 무엇인지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건교부 장관의 권한행사와 관련해서다. 법 제42조 제7항은 건교부장관이 수립한 종전 부동산 활용계획을 자치단체장이 도시관리계획에 반영하지 않으면 건교부 장관이 직권으로 도시관리계획을 직접 입안, 결정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속된 말로 하면 자치단체는 건교부가 시키는 대로 군말없이 따라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러니 수도권지역 자치단체장들이 법 제정 반대를 위한 공동성명 발표에 이어 총력 저지 움직임에 나선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야말로 중앙정부의 과욕이 화를 부르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라 해도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지방자치제 체제서는 더 그렇다. 이 법과 관련,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는 도시관리계획권은 두말할 것 없이 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이다. 그럴진대 중앙정부가 위기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초월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대세이다. 그리고 지방분권 확대가 성공을 거두려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중앙정부의 의식변화이다. 이번과 같이 자치단체 권한을 제한하려는 것이 용인된다면 분권 확대의 실현은 기대난망한 일이다. 설령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해도 자치제의 근간을 흔드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이라면 그 제정을 재검토하는 것이 순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