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인천 출신의 세계적인 여행가 김찬삼 선생이 아프리카 가봉 공화국 정글 속의 한 병원을 찾은 것은 1960년대 초였다. 인종에 관계없이 자애로운 인술을 펼쳐온 실천적 휴머니스트, ‘살아있는 성자’- 슈바이처 박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긴 여정이었다. 키를 넘기는 배낭을 짊어지고 남대서양 ‘폰트 노아’를 출발, 험한 육로를 엿새 동안이나 달려서 겨우 ‘람바레네’에 도착한 것이다. 오대양 육대주를 고군분투하며 넘나들었던 선생의 체험담은 그대로 국민적 화제가 되었고, ‘세계여행기’는 100만질이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다음은 40여년 전 김 선생의 강연회에서 들었던 에피소드의 한 토막.
저녁은 슈바이처 박사와 여비서, 의사 몇 사람이 함께했다. 한창 식사 중, 모기 한 마리가 웽 소리를 내며 식탁을 가로질러 날았다. 이 때 슈바이처 박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철망 위의 모기를 유리컵에 가두어 잡았다. 그리고는 조십스럽게 밖으로 날려 보냈다. 박사의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아침, 박사가 웬 흑인 소년을 큰소리로 야단치며 뺨을 때리고 있었다. 모기 한 마리를 살려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에 놀라 김 선생이 물었다. “왜 불쌍한 흑인 소년을 때리십니까?”
이에 대해 슈바이처 박사는 “자식이 있습니까? 그 자식이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질 않고 나쁜 짓을 계속하면 어쩌겠습니까?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합니다. 나는 이 애를 자식처럼 사랑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큰 감화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청중들 또한 감명을 받았으리란 생각이다.
최근 모 의원이 학교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고 한다. ‘이튼 스쿨’ 유의 훈육을 위한 절제된 회초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 같다. '교육(敎育)'이란 말뜻까지 팽개쳐버린 세상이 된 것이다. 교사와 학생은 ‘평등’한 인간인데 누가, 누구를 ‘기른다(育’)는 말이냐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 세상의 슈바이처 박사가 이 소식을 들었다면 과연 뭐라고 했을까? /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