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동북아비전21연구소 이사장
 세계는 지금 에너지전쟁중이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에서는 석유확보와 에너지 절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에너지절약은 별 호응이 없는 듯하다. 아직은 경제 여유가 있는 탓인지 고유가에 놀라기는 하면서도 그래도 원하는 만큼은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석유소비는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국가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모습이다. 유가 폭등에도 그저 개인의 의식에 호소하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정도나 볼 수 있다. 전에 비해 차가 줄었다거나 전기소비가 줄었다거나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길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 길거리 간판의 무분별하고 현란한 네온사인은 에너지절약을 무색케 한다.
많은 이가 승용차를 이용하는 현 상황에서 승용차는 개인의 발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유가가 폭등한다 하여 발이 되어버린 승용차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발이 되어줄 편리한 시스템이 달리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IMF가 터지고 나서야 위기상황을 알았던 것과 같이, 아직 일반국민은 석유소비를 버틸만한 것으로 생각하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석유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헤아리는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이젠 석유소비를 줄이고 선진교통질서를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의 부제 운행은 효과가 적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자고 하지만, 아직 한국의 전철사정이 완벽치 못하고, 자동차증가에 따른 교통체증으로 버스의 편리함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호소도 별 효과가 없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내차 타고 다니는 것이 제일 속편하니 무리가 되더라도 승용차를 사게 된다. 자동차의 절대수가 많아 기어 다니듯 하는 도로 상황에서 대중교통수단의 개선이나 발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승용차는 줄어야만 한다. 승용차가 줄면 대중교통수단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개인승용차가 없어지는 불편과 불만은 대중교통수단의 발전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증가가 가져다주는 폐해는 실로 커, 석유소비는 물론 교통체증, 주정차문제와 이로 인한 질서파괴, 배기가스로 인한 환경오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개인 승용차라도 줄면, 에너지절약과 대중교통수단의 발전은 물론, 자동차에 드는 돈의 절약으로 개인의 구매력도 증가되어 경기도 호전될 것이며, 주차다툼도 줄어 질서가 회복되고 예절이 살아나며, 궁극적으로는 지구환경도 좋아지게 될 것이다.
이젠 한국도 자동차 수의 조절과 질서 있는 자동차문화의 정착을 위해 ’차고(주차지)증명제’를 도입할 시기이다. 차고가 있다는 증명서를 제시해야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자동차를 구입했으니 일정한 보관 장소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주차지에 주차해야 하니, 주차때문에 신경 쓸 일도 이웃 간에 다툴 일도 줄고, 자동차 구입도 좀 더 계획적이 될 것이다. 개인주택이든 아파트든 확보된 주차장의 수만큼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것이다.
차고증명제의 도입은 단계적으로 서서히 시행하면 된다. 자동차는 소모품으로 언젠가는 폐차되는 것이니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체증이나 주차문제가 심각한 대도시 지역에서부터, 또는 배기량이 큰 차종에서부터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시행시기를, 서울 2년 후, 광역시 3년 후, 지방도시 4년 후로, 또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여, 2천cc이상 2년 후, 1800cc이상 3년 후, 기타 4년 후 등과 같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차고증명제가 정착되면 도로의 주차장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 꼭 필요한 곳은 주차료를 징수하여 주차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과감하게 없애 버린다.
정부의 주차장확보 정책도 있겠지만, 자동차 회사도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다. 여러 곳에 주차장을 만들어, 자사의 차를 구입하는 사람에게 값싸게 제공할 수도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의 버스를 많이 생산해내고, 내수보다 수출에 더욱 힘을 기울일지도 모른다. 대중교통수단이 편리해지고 고유가의 지속, 차고확보나 차량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면 개인승용차는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고증명제의 실시는 무질서한 주정차문제를 해결하고, 승용차 감소와 그에 따른 대중교통수단의 발전, 나아가 에너지절약으로 이어지는 일석 다조의 정책이다.
송도신도시에 동서남북으로 개발되는 인천이다. 인천의 인구증가와 그에 따른 자동차의 폭증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인천에서 먼저 ’차고증명제’를 실시하여 질서있는 아름다운 도시를 건설해보는 것은 어떨까?
  / 모세종 <동북아비전21연구소 이사장.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