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행 경인교대 교수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자타가 인정하는 스포츠 강국이며, 이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의 성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스포츠를 포함한 체육 모든 영역에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무언가 부족하거나 크게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체육의 영역은 크게 학교체육, 사회체육 그리고 전문체육(엘리트체육)으로 구분된다.
이는 곧잘 나무와 비유되곤 한다.
학교체육은 뿌리, 사회체육은 줄기, 전문체육은 열매와 같다는 말이 그것이다.
우리는 빈약하고 허약한 뿌리와 줄기를 가진 대한민국이란 나무를 바라보며 매년 풍성한 열매가 열리기를 기원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런 기형적이고 불균형적인 나무에서 우리의 바람 이상의 열매를 수확해 왔다는 점이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랬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근간에 대해선 너무나도 무신경하거나, 아니 외면한 결과에 비하면 훌륭한 성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체육 강국이 아니라 체육 선진국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엔 학교체육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입시 장벽에 막혀 허우적거리는 교육적 병폐를 과감히 타파하고 평생체육의 길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초석이 돼야만 한다.
특히 초등체육은 학교체육에 대한 미래지향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성향은 10살을 전후해 자신의 신체활동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다.
즉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흥미, 소질, 가치를 내면화시킴으로써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어린이가 있는 반면 소극적인 기피 성향을 보이는 어린이로 구분된다.
이러한 성향은 평생의 체육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초등체육은 학교체육의 한 핵으로서 그 역할이 거듭 강조될 필요가 있다 하겠다.
그럼 구체적인 학교체육의 발전 방향을 구안해 보자.
무엇보다 먼저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와 그에 따른 체육의 상대적 차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행정은 체육교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걸림돌이 돼 왔다.
특히 교육행정의 입안자들에 의해서 체육의 가치와 교육적 의미는 더욱 축소되거나 위협받아 왔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둘째, 교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체육은 단순히 학교의 교육으로써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하며 또 실천적으로 수행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시간이 있으면 하는 게 아니라 매일 밥먹고 잠자야 하는 것과 같이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 돼야 하며 보는 것보단 행동하는 것에 더 가치를 부여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의식이 강화돼야 한다.
전문 영역에 대한 통찰력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에 대한 자율적 판단능력도 인정돼야 한다.
학교, 학부모, 학생에 의해 교사의 의지와 가치·철학이 꺾이지 않도록 자율성과 책임이 강조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넷째, 학교체육과 사회체육 그리고 전문체육으로 이어지는 일원화 정책이 시급하다.
학교 안에서의 체육수업과 운동부의 이원적인 운영 및 관리 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
크게는 사회체육과 전문체육으로 이어지는 일원적인 정책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다섯째, 체육수업과 엘리트 위주의 전문체육이 상생할 수 있는 실제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소수 엘리트만을 위한 경쟁적이고 승리 지상주의적인 체육의 모습이 아니라 다수에게 의미가 부여되고 시설과 환경이 공유되는 체육문화 형성에 힘 써야 한다.
지금 학교체육의 시스템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통제되고 재분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학교 체육시설이나 기구의 사용이 정규 수업보다는 운동부 선수의 활동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까닭에 대다수 학생들이 체육시설이나 기구 등 환경적 측면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점은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한 당면 과제이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체육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한다.
특히 교육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학교체육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그 상황이나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실천돼야 한다.
교육이 올바른 자리에 설 때 그 나라는 발전한다.
학교체육이 교육으로서 제 역할을 해 낼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건강하고 강인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각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