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객원논설위원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거리. 한 흑인 청년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이 내릴 것을 명령하자 청년이 반항한다. 경찰은 금세라도 경찰봉으로 일격을 가할 기세, 당당한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자세다. 그에 기가 꺾인 청년은 결국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는다.
여행객의 눈에는 제2의 로드니 킹 사건이라도 벌어질 상황처럼 보였다. 그러나 백주에 ‘민중의 지팡이’가 ‘민중’을 내리치려는 데도 행인들은 본체만체다. 당연하다는 투다. 헤드라이트 미점등이 그의 혐의인데, 엄중 단속 대상이란다. 오토바이 자체가 위험천만한데다가 추돌시 어김없이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교민 한 분의 설명이다.
일본 도쿄의 하라주쿠. 언뜻 보면 미국의 소도시 다운타운 한 블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착각을 하게 된다. 웨스턴 스타일의 잡화상, 코카콜라 시음장, 엘비스 프레슬리 동상 등등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다. 그 거리에 저녁 어스름이 내리면 어디서부턴가 펑키 스타일의 오토바이들이 떼 지어 나타난다. 이른바 폭주족(暴走族)이다. 그들은 세상이 떠나갈 듯한 굉음과 불꽃을 튕기며 한밤의 폭주를 즐긴다. "일상적인 ! 삶의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는 어디든 달려가는 자유인이다."고 몸부림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랑머리 소녀들이 그들의 뒷자리에 동반하고 있는 것도 진풍경이다.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이나 ‘혼다’ 생산국에 유독 폭주족이 횡횡한다는 점은 수상쩍다. 초콜릿 장수들이 ‘발렌타인 데이’를 부추기듯, ‘부시’를 할리데이비슨에 태우고, ‘이지라이더’ 같은 영화를 만든 상업주의에 혹 그들이 부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경찰이 특정한 날에 한해 폭주족을 허가하리라는 보도이다. 거리마다 제한 속도를 달리 정해 놓고 24시간 운전자를 단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준법(遵法)의 틀을 깨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역발상(逆發想)’이 유행이라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맘대로 풀었다 죄었다 할 공권력이 아니라는 것쯤은 경찰 스스로가 먼저 알았으면 한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