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천중부지사장
 의료산업 발전, 의료시장 개방, 민간 의료보험, 의료 선진화, 규제완화 등… 2006년 들어 의료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발신지가 주무 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주로 경제 부처라는 점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감사원장까지 나서서 대기업이 의료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드는 마당이니 마냥 담담 부처 타령만 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정책의 상당수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내름대로' 주장하는 것이라 꼬집어 잘못을 지적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나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의료 서비스 산업 육성과 민간 의료보험 문제는 그냥 넘기기 어렵다.
 먼저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자는 주장부터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생명공학이나 신약개발과 같은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한 이런 정책목표는 크게 잘못되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의료산업 육성론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료개혁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대신 의료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 동력이 된다는 것은 어림없는 낙관이거나 의도적인 부풀리기다.
 의료서비스로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더 많이 또는 더 비싼 의료를 소비하게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향상이나 편익을 위해 이래야 한다면 백 번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어떤 잣대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이용이 부족하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첨단 의료장비의 세계적인 전시장이라는 소리도 있듯 싸구려 의료는커녕 과잉 서비스를 걱정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산업을 키워 봐야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빼고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
 혹은 싱가포르처럼 의료서비스의 수입을 대체하거나 수출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실상이 부풀려져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이나 정부부처의 핵심적인 정책의제가 될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한다거나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는 것도 근거가 빈약한 주장에 그칠 뿐,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로는 충분치 못하다.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하자는 것도, 정책목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여전히 부실한 마당에 정부가 앞장서 민간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어떤 정당성이 있는가.
 금융당국이나 정부부처가 보험산업의 육성이나 국민들의 의료비 마련을 위한 노력에 마냥 무심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것이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 보호보다 더 중요한 정책목표가 될 수는 없다. 또 정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걱정한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보건당국뿐 아니라 경제부처나 감사원의 임무도 이러한 목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국가의 재정운용을 다루는 경제부터 들은 민간보험을 확대하여 건강보험에 들어가는(또는 들어갈)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 재정이 더 튼튼해지는 반면 개인이나 기업이 그 부담을 대신 지는 것이라면 누구를 의한 재정건실화란 말인가.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정작 고칠 것은 따로 있으니 대안이 없을 수 없다. 비록 구체적인 정책은 만만치 않지만 큰 원칙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민간보험 활성화 대신 건강보험을 더 튼튼하게 하고, 상업적 의료서비스 육성이 아닌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진정한 의료 개혁을 해야 한다.
 이 대안이 국민의 건강과 사회양극화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데 모두 이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