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님 고맙습니다
 
아무런 준비없이 전쟁을 겪었으니
탱크, 포탄, 따발총 사격에 어이없이
죽어간 영영들 전선은 무너지고
산, 들에 피투성이 된 채 뒹굴던 시체는 어디로 갔을까?
세월은 흘러도 노병은 살아있습니다
슬퍼할 시간의 여유도 없이 콩 볶듯 쏟아지는 총알
아∼아 애통하다 그들은 누구인가?
피맺힌 한과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되새기며
세월은 흘러 살아계신 노병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까?
부모님은 다 떠나시고
만삭이던 아내는 파파노인이 되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압록강 푸른 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은 눈물이요, 핏줄입니다
오열하는 팔십의 노병들에게 후히 대접할 수 없을까요
반쪽 인생을 살아오신 노병들에게 국민들이
감사한 마음 전해 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경자 시인
 
장병님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마음 편히 살 수 있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웃음꽃을 피우며
만찬을 즐길 수 있습니다
부모님, 애인이 그리울 때 눈을 감고
옆에 있는 친구장병에게 눈빛을 주고
웃음을 선사하고 편지를 읽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겠습니까?
 
집에서 편지가 올 때가 제일 행복하겠지요
애인이 면회 오면 기절하지 마세요
당당하게 대한민국 남아로서
씩씩하게 눈빛으로 인사하고
오가노라면 예쁘게 치장하고
버스타고 기차타고 오는거 잖아요
한마디에 천냥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안아 주세요… 기절하지 않게 말입니다 /이경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