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시원한 그늘을 찾게 되는 계절이 다가왔다. 인생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인 고교시절이 아쉽게도 뜻대로 되지 않아 자꾸 놓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더욱이 꿈 많고 낭만적인 고교 시절은 훗날을 설계하고 목표에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3학년 학생들은 얼마남지 않은 수학능력평가에 대비하여 무더위와 자신과의 싸움에 이겨야 할 것이며, 1·2학년 학생들은 학기중 하지 못한 실력연마에 스스로 계획하고 차근차근 실천해 나아갈 좋은 기회이다.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더운 계절에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계곡과 바다를 찾지만,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견뎌내지 못한 과일과 곡물들이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기대할 수 없듯이 우리가 다가올 이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내는가에 따라 다음 학기 생활이 달라질 것이며, 또한 미래가 변할 것이다.
 앞으로 긴 세월을 살아갈 여러분은 늘 머릿속에 자신에 대하여 긍정적이며 진취적으로 현재를 보면서 내일을 생각하여야 한다. 많은 선배들이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고 또한 아름답다고 한다. 인생은 성공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성공하려고 노력하였기 때문에 아름답고 또한 젊은 시절이 소중하고 늘 어려움 속에서 노력하였던 보람에서 참뜻을 찾을 수 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우리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하지만 공부나 인생의 길은 언제나 그런 길만이 성공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큰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남이 선택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택하여 어렵고 험한 도전에 성공한 사람임을 우리는 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는 길’(The road not taken)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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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죠. - - -<중략>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같은 길을 가고 따라서 생활한다면 나의 미래도 남과 다를 수 없으며 또한 나의 존재의미도 없을 뿐아니라 더구나 앞장 설 수도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무더위와 곧이은 여름방학이 힘들고 땀띠나게 어렵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며 어렵게 보내는 더위와의 피할 수 없는 기간이 더 없이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도록 이번 더위와 곧 닥쳐올 여름방학을 뜻있고 의미있게 보내야겠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와 내 친구들이 고향 인천에서 그런대로 부끄럼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1959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때 은사이시던 수학교과 고태흠선생님께서 더운 여름에 폭염을 피해 일요일 아침 일찍 학교에 등교시켜 평가를 하고, 즉시 결과처리에 따라 공부할 수 있도록 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머리가 숙여지고 또한 당시의 어려운 가정사정으로 공부방이 없던 대부분의 많은 친구들에게 그나마 피서겸 학교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숨겨진 배려(?)가 신설학교로 200여명의 졸업생중에서 약 70%이상이 소위 연·고대 이상의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믿고 싶다.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와 배려, 그리고 더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도록 목표의식을 심어주었던 고마우신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냉방시설을 생각조차 못하였던 어려운 시기를 생각하면 지금의 친구들이 대견하고 그동안 사회에서 이룩한 일들에 만족을 가지게 된다.
 역사적으로 볼때, 시련기에 많은 인물이 탄생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새로운 세계의 질서가 펼쳐지는 오늘을 맞이하여 사회가 급격히 변화는 이 시대에 미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아갈 인물이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많이 탄생해야 한다. 그러한 인물이 되기 위하여 이번 무더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60년대 미국이 어려울 때, 숱한 좌절과 시련을 딛고 사십대 초반의 나이로 대통령이 된 존·에프 케네디는 과감한 도전과 자신에 찬 용기로 미국인에게 꿈과 희망을 준 ‘뉴 프런티어’ 정신을 심어 주어, 이제까지 용기있는 전설적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꿈과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학창 시절부터 계획하고 차근차근 실천하며 의연한 결단력을 키워왔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상으로 삼아 그 분처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과 치밀한 계획, 실천하는 용기와 끈기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을 지닌 진짜 어려움을 극복하는 젊은이로 다가오는 무더위 속에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김실 <인천광역시교육위원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