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죽어야 하는 사회에 대하여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지부장 신영노
 며칠 전, 같이 활동하고 있던 장애인 활동가(중증뇌성마비 장애인) 동지분이 간석역에서 전동차에 스스로 뛰어들어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왜 그렇게 죽어야만 하셨을까? 얼마 전까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시고 퇴원한지 얼마 안되어 일어난 일이라 더욱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긴병에 효자 없다’고 중증장애인인데다가 수술 때문에 몸이 더 안 좋아져서 가족들과의 불화에, 지역사회의 냉대 등이 그분을 죽음에 까지 몰아간 것은 아닐까?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지만 사지는 자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뇌성마비장애인의 경우, 죽지 않으면 시설 골방에 쳐 박혀 구박과 멸시 속에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다. 장애인 역시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섞여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도움을 받기 보다는 도움을 주고 싶고 혼자 힘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외국의 경우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 보조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어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활동보조란 유료 도움으로서 사지를 못 쓰는 중증장애인에게 팔과 다리의 역할을 해주는, 중증장애인에서는 없어는 안 되는 제도를 말한다. 가족들과 사회의 냉대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회 속에 한 일꾼으로 태어날 수 있는 희망이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할 기본적인 제도이다.
 만약 그 돌아가신 중증장애인 활동가분도 활동보조인이 함께 했다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생각과 실천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자아실현마저 포기해야 하는 사회 조건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같은 인간’일 수는 없다.
 장애인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노약자는 물론이고 비장애인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사회일 것이고 그것이야 말로 평등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교도 가고, 직장에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고 싶은, 같은 인간인 중증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 제도가 하루 빨리 시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