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계율 부평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

 5월 3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가 성공적(?)으로 무사히 끝났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나를 찍어 달라고 소리를 외치면서 확성기에 대고 이야기하는 후보자들, 조용히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누어 주며 친근한 얼굴로 다가와 이야기하는 후보자들의 배우자들, 큰 도로변에서 꼭지점 댄스 춤을 추며 후보자를 홍보하는 사람들, 현 무능한 정치를 새롭게 하여 경기를 살려서 서민들이 살맛나는 세상 만들겠다고 공언을 하면서 부탁하는 사람들 등등의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장애인들이 잘 사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 무장애 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많이 했던 선거기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당사자들과 장애인 단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났고 그러한 욕구 때문에 각 후보자들에게 장애인들 입장을 대변하는 질의서가 셀 수 없이 많이 들어가고 답변서도 많이 왔던 선거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의 투표욕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장애인에 대한 마음과 배려는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 부평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531선거를 맞이하여 부평구내의 투표소 31곳을 선정하여 22일부터 23일까지 체크리스트교육을 하고 24일부터 25일까지 장애인들의 투표소의 접근성 등을 제1차 투표소 접근성 조사를 체크하였다. 그 결과 31곳 투표소 중에 6곳의 접근성이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부평선관위에 공문을 보내어 시정조치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많은 부분이 시정조치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 5월 31일 투표당일에 각 투표소 12군데에 가서 2차 투표소 체크조사를 해 보았다. 이번 2차 조사에서는 우리 장애인 직원들과 비장애인 직원들이 각각 사는 동네의 투표소를 정하여 조사하였다. 조사 항목의 대상은 투표소까지의 접근성 여부, 휠체어 장애인용 기표소의 유무, 휠체어 장애인의 손높이에 맞는 기표대 유무, 기표소안의 손잡이 혹은 이동식 간이 의자 설치 유무, 점자투표용지유무, 수화통역사 배치 혹은 지원시스템 유무 등 7가지를 조사하였다.
 조사를 분석한 결과 투표소까지의 길에 계단을 없애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아직도 계단이 있는 투표소가 있었고 경사로가 있더라도 각도가 너무 심해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어 했다. 장애인용 기표대가 있는 곳은 없었고, 기표소 안의 간이 의자나 목발 장애인을 위한 손잡이가 설치된 곳도 없었고,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 있거나 청각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있는 투표소는 한 곳도 없었다. 또한 장애인용 기표소는 너비는 넓지만, 높이가 맞지 않아 기표하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부평3동 제3투표소인 경인교회와 부평2동 제3, 4투표소인 부일여중은 계단이 5개~6개 정도가 있어서 경사로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혼자 올라가기에는 너무 가파른 각도의 경사로였다. 그리고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혼자 올라가기에도 너무 가파른 각동의 경사로여서 뒤에서 도우미들이 도와주어야 하지만 잘못하다가 100kg가 넘는 전동휠체어가 뒤로 넘어가면 장애인들도 다칠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거니와 동시에 도우미들도 깔려서 크게 다칠 위험이 있다.
 그리고 갈산2동 제2투표소인 갈산초등학교는 정문이 아닌 뒷문의 경사로로 투표소를 갈 수 밖에 없다. 장애인들이 무슨 죄인인가? 장애인들이 죄인들처럼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만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 장애인들을 서글프게 만드는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 선거 때부터 모든 영역의 장애인 당사자를 참여시켜 투표소를 설치하면 장애인들에게 보다 나은 보다 편리한 투표소가 설치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장애인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않고 떳떳한 유권자로서 누구의 도움없이도 장애인 본인 스스로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